책을 친구삼아

시대의 소음

비아(非我) 2018. 8. 2. 10:55

시대의 소음

( The Noise of Time)

- 줄리언 번스 장편소설

- 다산책방 출

- 2017년 판


(껍질을 벗겨버린 속 책표지의 제목이 잘 보이지 않는군...)


-이 책은 20세기의 대표적인 작곡가 드이트리 쇼서타코비치의 생애를 재구성한 소설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제자였던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음악의 전사들일세, 어떠한 바람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인간을 옹호애햐 하는 전사들......” 어쩌면 쇼스타코비이의 삶은 바로 음악의 가치를 통해 인간을 옹호하는, 평생에 걸친 투쟁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어느 시대에나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폭력과 부조리, 가난과 고통이라는 시대의 소음에 대한 예술가의 응답일 것이다. 스탈린의 압제도, 전쟁도 그가 시대의 소음을 넘어 전하고자 한 소리를 침묵시키지는 못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위대한 예술가의 내적 투쟁에 바치는 헌사가 될 것이다. (P

. 269. 송은주 옮긴이의 말 시대의 소음, 한 예술가의 초상중에서)



<책 에서>


터무니 없는 열정과 비틀거리는 절망 사이를 오갔다 (p.23)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이것이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방식이다-두려움 없이, 장벽 없이, 내일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그리고 나중에도 후회 없이, (p.55)

 

그는 담배를 한 대 더 붙여 물었다. 예술과 사랑 사이, 압제와 압제당하는 자 사이에는 늘 담배가 있었다. (p.57)

 

나무를 쪼개면 파편이 뛴다. 사회주의 건설자들이 즐겨 하는 말이다. 하지만 도끼를 내려놓고 보니 목재 야적장 전체에 온통 나무 부스러기밖에 남지 않았다면? (p.128)

 

예술은 모두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모든 시대의 것이고 어느 시대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그것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이들의 것이다. (p.135)

 

그가 무엇으로 시대의 소음과 맞설 수 있었을까? 우리 안에 있는 그 음악-우리 존재의 음악-누군가에 의해 진짜 음악으로 바뀌는 음악. 시대의 소음을 떠내려 보낼 수 있을 만큼 가하고 진실하고 순수하다면, 수십 년에 걸쳐 역사의 속삭임으로 바뀌는 그런 음악.

그가 고수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p.181)

 

그는 자존심을 지킬 수가 없었다그것은 하나의 표현에 불과했으나 정확한 표현이었다. 권력층의 압력을 받다보면 자아는 금이 가고 쪼개진다.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는 영웅으로 살아간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아니면 더 흔한 경우는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 속으로도 겁쟁이로 산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사람의 생각은 도끼날에 반으로 쪼개진다. 차라리 산산이 쪼개져서 조각들이 그가- 한태는 딱 들어맞았음을 헛되이 기억하려 애쓰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p.223)

 

삶은 앵무새 꼬리를 잡아 계단을 질질 끌고 내려가는 고양이였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그이 머리가 부딪쳐 쿵쿵 뛰어 올랐다. (p.240)

 

아이러니에 등을 돌리면 그것은 냉소주의로 굳어진다. 그렇게 되면 그것을 어디에 쓰겠는가? 냉소주의는 영혼을 잃은 아이러니였다. (p.251)

 

유로비디 : 러시아어, 마을의 바보나 궁중곡예사처럼 바보인 척 하지만 실은 지적이고 아이러니를 즐겨 쓰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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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그의 삶은 비겁했다. 그는 겁쟁이 였고, 자신의 음악을 위해서 기꺼이(?)그렇게 되었다.

삶이 정치적 상황과 사회환경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심지어 자유혼을 부르짖을 예술세계에서 마저도. 작가는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독재하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노라고, 자신의 음악과 가족을 지키지 위해 그럴 수 밖에 없었노라고, 비난은 독재에 돌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그러나 만약에 말이다. 상황을 일제치하로 놓고, 예술을 지키지 위해 시대에 편입한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을 똑같이 우린 이해해주어야 할건가? 나라와 이념은 다른건가?...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