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친구삼아

자전거 여행

비아(非我) 2020. 7. 13. 16:13

- 김훈 에세이

- 생각의 나무 출판

- 2003년판

 

김훈의 두 바퀴 자전거로 떠난 여행의 정수

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긴 『자전거여행』제 1권.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갈라서는 언저리에서 태어나는 김훈 산문의 정수가 담긴 책이다. ‘나는 사실만은 가지런히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 바 있는 그의 아름다운 언어를 만나볼 수 있다.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로 표현해낸 자전거 여행길을 어떨까.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 어떤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오징어 고르는 법, 광어 고르는 법을 이야기하고, 좋은 소금을 채취하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시 쓰는 ‘김용택씨’가 가르치는 섬진강 덕치마을 아이들의 소박한 생활들을 이야기한다. 책에는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이 김훈의 사실을 직시하는 날카롭지만 따뜻한 언어로 되살아난다.

 

-(교보문고 책소개에서)----------------------

 

난 수필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훈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그의 글의 깊이 때문이다. 그리고 사물이나 풍경에 대한 그만의 독특하고 심오한 문장력에 감탄할 때 가 많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은 2003년에 나온 판으로 읽었는데, 요즈음은 중고서점이 곳곳에 생겨서 중고책을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하고, 자전거로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김훈 작가는 자전거로 여행을 다니면 그 장소를 어떻게 묘사하고 무슨생각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겨서이다.

 

난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아!' 하는 감탄사 외에는 아무런 표현도 생각나지 않는데, 같은 것을 보면서, 같은 길위에서 어쩜 이리도 묘사력이 뛰어날까?하는 경외감을 가지고 글을 읽었다.

글 속에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국토에대한 사랑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김훈 작가의 글은 호불호가 분명히 나누어 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소갯말은 필요하지 않을 듯 싶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 몇가지>

- 5월의 지리산 언저리와 섬짐강가를 자전거로 달릴 때, 억눌림 없는 몸의 기쁨은 너무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살아 있는 몸이란 본래 이래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p.94)

 

- 연두의 애잔함.

- 상록수의 푸르름은 겨울을 어려워하지 않는 엄정함으로 봄빛에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p.95)

 

- 바다는 수억 년을 이쪽 저쪽으로 뒤치고 있다.(p.215)

 

- 그들은 무인이었으므로 현실을 설명하기보다는 현실을 주물러서 개조하려 했다.(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