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친구삼아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비아(非我) 2025. 4. 16. 11:10

- 김기태 소설
- 2024년판
 

 
차례 (9펀의 단편 소설)
1. 세상의 모든 바다
2. 롤링 선더 러브
3. 전조등
4.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5. 보편 교양
6. 로나, 우리의 별
7. 태엽은 12와 1/2바퀴
8. 무겁고 높은
9. 팍스 아토미카
 
이렇게 9편의 단편소설집이다.
김기태는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무겁고 높은>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에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젊은 작가인만큼 요즘 세대의 성향을 반영한다.
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 세대의 의식과 고충(?)을 잘 그려내고 있다.
 
문학비평가 이희우의 해설 속에서
김기태 작가의 소설 속 '평범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평범함이 얼마나 감각적이고 무한정한지 알려준 것은 분명 이 광장의 업적이다.(p.304)
우리가 사는 세계, 즉 공공재/공유지는 점점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모든 것에 값이 매겨지는 세계에서, 평범함은 얼마나 값싼 것이고, 때로는 얼마나 비싼 것인가? 사회의 한편에는 남다른 개성과 능력을 계발하라는 강한 압력이 존재하고, 다른 한편에는 평범하고 무난한 기준에 맞춰 살아가라는 강한 압력이 존재한다. 한쪽에는 평범함을 넘어서라는 압력이 존재하고, 한쪽에는 평범함에 도달하라는 압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이중의 압력은 ‘평범함’을 벗어날 수 없지만 달성할 수도 없는 특징으로 만든다. 종종 평범함은 흔해 빠진 것, 개성 없는 것, 성찰적이지 못한 것, 양식 없는 것으로서 경멸의 대상이다. 한편으로 평범함은 ‘정상성’과 결부되어 도달할 수 없는-또 일반적인 궤를 벗어난 것들을 배척하는-사회적•도덕적 규범이 되기도 한다.(p.306)"
 
난 이 소설들 중에서 <무겁고 높은>이라는 단편이 가장 좋았다.
"삶의 버겨움, 벗어날 수 없는 일상 속'에서, 그것들을 들어 던져버리고 싶은 송희의 생각에 공감이 가서 였을까?
우린 늘 삶의 평범함과 일상, 그 속의 무게를 견디며 산다.
그것이 더 이상 남의 탓이 아님을 인식하고, 비워버릴 때, 내 안의 열기가 무거움을 높이 들어올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린 그 무게를 들 때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다.
 
나의 삶은 늘 인식적이며 <보편적 교양>의 교사처럼 늘 이중적이다.
"  그는 타협없이 이상을 추구하기에는 너무 세속적이고그저 세속적인 계산만 하며 살기에는 너무 이상적이며자신의 이중성을 반성할 만큼 충분한 ‘메타 인지’능력을 갖춘 사람이다.(p.321. 해설 중에서)"
그래서 삶은 늘 무겁고, 세상은 늘 비관적이다.
 
소설은 우리의 삶의 단편들을 반영한다.
늘 현재의 사회구조와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작가들은 순수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런 작가들 조차 세상의 한 가운데서 삶을 살아간다.
문학평론가 이희우는 해설에서 소설의 핍진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사물을 규정하고 등수를 매기는 이런저런 관념과 규범에서 벗어나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일그러한 소설의 기술을 핍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p.309)"
 
우리의 삶은 얼마나 서로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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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절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p. 70 <롤링 선더 러브>)
 
눈 내리는 겨울의 고요. 산등성이의 헐벗은 자리. 교정의 새파란 인조 잔디. 청교와 고가도로. 박물관 앞에 전시된 녹슨 탄자. 모텔과 마사지숍의 현란한 입간판, 주인 없는 자동차들. 모두가 공평하고도 아늑하게 하얀 눈에 덮여서, 미처 닿지 않는 그늘에서도 단정한 마음으로 목도리를 여밀 수 있었던 날, 왼발 오른발을 눈밭에 디디며 빙판과 진창의 시간을 예비하던 긴 겨울의 한가운데. (p.263. <무겁고도 높은>)
 
누구도 누구를 치유하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마음의 상호확증파괴다. (p.295. <팍스 아토미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