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친구삼아

부처스 크로싱

비아(非我) 2025. 6. 29. 18:02

-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 정세윤 옮김

- 구픽 출판

 

 

1948년 『오직 밤뿐인』
1960년 『부처스 크로싱』
1965년 『스토너』
1972년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의 데뷔 중편소설인 『오직 밤뿐인』을 포함, 이번 『부처스 크로싱』 출간으로 그가 집필한 네 편의 소설이 드디어 한국어 번역판으로 모두 출간되었다. 『부처스 크로싱』은 덴버 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던 시절 존 윌리엄스가 발표한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에머슨의 자연주의 철학에 심취한 주인공 앤드루스가 캔자스 주 가상의 산골 마을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해 겪는 인간의 폭력성과 자연의 냉엄함, 그리고 반서구주의를 다룬 소설이다. 『스토너』와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아우구스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작품이었지만 가장 독특하고 힘이 넘치는 소설로 평가받으며 존 윌리엄스의 위대한 작품 세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1870년대 초,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에머슨의 자연주의에 빠진 하버드 대학생 윌 앤드루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가진 돈을 모아 서부로 향한다. 캔사스 산골 마을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한 앤드루스는 들소 사냥에 심취한 사냥꾼 밀러를 만나고 가진 돈을 그에게 모두 투자하고 로키산맥에 숨겨져 있다는 들소 떼의 은신처를 습격해 한몫 크게 잡아 보기로 한다. 밀러의 마초적 성향과 끝없이 베푸는 낙원과도 같은 대자연, 그리고 야생 생활의 매력에 빠진 앤드루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잔혹한 들소 사냥에 밀러는 미쳐가기 시작하고 앤드루스 역시 현실을 붙잡고 있던 인간성을 잃어가는 자신과 마주한다. 잔인한 살상 파티에 시간 감각까지 상실한 채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갈 길을 잃은 사냥꾼 무리들은 지옥과도 같은 산속의 겨울을 버텨내야 한다.

일평생 단 네 편의 소설만 발표한 존 윌리엄스 소설에는 하나의 공통점과 또 다른 차별성이 있다. 네 편의 소설 모두 인생의 변곡점을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데뷔작 『오직 밤뿐인』이 오로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짧은 이야기를 다룬 반면, 그로부터 12년 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부처스 크로싱』은 계절이 변하는 몇 달 동안의 경험을 다루고 있으며, 1965년과 1972년 출간된 『스토너』와 『아우구스투스』는 한 남자의 일평생을 서술했다는 것. 30여 년 동안 확장되는 인생의 경험을 작가의 눈으로 표현한 것만 같다.
자연의 무자비함 한가운데 놓인 『부처스 크로싱』의 인물들에게 낭만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영혼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어둠을 담은 이 이야기는 폭력의 시대에 대한 은유까지 담고 있다. 존 윌리엄스가 장편을 더 발표했다면 미국 문학의 판도는 새롭게 쓰이지 않았을까.
한편『부처스 크로싱』은 2022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호평을 받았다.

 

------------(출판사 책소개에서)-----------

 

서부 개척 당시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아 서부로 서부로 향했다.

광할한 대지에 누군가는 금을 찾아, 누군가는 대지를 꿈꾸며.

그러나 동서를 가로질러 놓여지는 철도는 급변하는 사회상을 반영하고

그 속에서 꿈을 쫒던 이들의 삶은 허망함 속에 던져진다.

대 자연의 잔인함은 인간의 폭력성 앞에 무릎 굻는 듯이 보여도

결국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무언가를 향한 헛된 욕망 끝에 도사리고 있는 허무함 뿐인지도 모른다.

 

도시의 삶에 내몰려진 생활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

부처스크로싱으로 떠나왔지만

자연 어디에서도 온전한 자신을 찾을 수 없고

자신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잔인성과 대자연 앞에 어쩔 수 없는 나약함(공포감)뿐이라는 것을깨닫게 된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은 자신의 내면과 자신이 꾸려갈 삶에 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륙 절반을 횡단해, 상상 속 불변의 자아을 찾을 수 있으리라 꿈꾸었던 그 황야로 가게 했던 또 다른 열정의 힘도 떠올릴 수 없었다. 이제 그는 이러한 열정들이 솟아올랐던 그 허영심을 거의 후회 없이 인정할 수 있었다. (p.336) '

 

우리의 삶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젊은 시절에 누구나 한 번 쯤 하는 고민이다.

무엇을 향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지, 젊은 시절에 가지게 되는 고민,

나이가 들어 삶을 살아본 후에야 깨닫게 된다는 그 진실이젊은 이들에게는 와 닿지 않으니.

술픈 일이지만 누구나 자신의 몫 만큼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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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서쪽의 안개 속에서 불타는 장작처럼 내려앉은 밝은 빛 사이로 살금살금 밤이 다가와 대지에 내리면, 그가 있는 작은 마을은 점점 커지는 어둠속에서 쪼그라드는 것같았다. (p.53)

 

-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저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뭐가를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디,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니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p.306. 맥도날드가 앤드루스에게 하는 말 중에서.)

 

- 그 허영심은 어둠 속에서 픠미하게 깜박거리던 합숙소 등불의 불빛 아래서 맥도날드라 말했던 그 무()였다. 찰리 호지의 시선에 있덨던 밝고 푸른 공허감이었다. 슈나이더가 강에서 말발굽이 얼굴을 당확하게 만들기 직전에 보였던 경멸적인 표정이었다. 산에서 하얀 눈보라가 몰아치기 전에 그의 얼굴에 나타났던 맹목적인 인내심이었다. 찰리 호지가 꺼져 가는 불에서 몸을 돌려 밀러를 따라 밤 속으로 딸가기 전에 그의 눈에 있었던 텅 빈 반짝임이었다. 맥도널드가 가죽이 불타 버리는데 광분해 밀러를 쫒아다니는 동안, 얼굴에 격노한 가면을 쓴 것처럼 만든 끝없는 절망이렀다. 배게 위에 죽은 듯 늘어진 프랜신의 잠든 얼굴에서 지금 보고 잇는 그것이었다. (pp.33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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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PS) 소설 속 주인공은 22살의 하버드 대학생인데, 니콜라스케이지는 누구 역을 맡았는지, 궁금하긴하네.

만약 주인공 앤드루스의 역을 맡았다면, 아마 다른 이미지의 앤드루스가 그려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음, 영화도 한 번 보고싶어 지긴한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