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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이야기

혼밥의 설움

by 비아(非我) 2024. 4. 1.

시골로 내려와 살기로 했다.

처음 일주일은 여행 온 기분을 즐기기 위해 하루의 한끼는 식당에서 식사를 사먹기로 했다.

그래서 읍내로 나가 맛있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식당마다 혼자 온 사람은 안 받는 단다. 무조건 2인이상이어야 한다나. 이런.

 

여기 저기 식당에서 퇴짜를 받고,

할 수 없이 작은 식당에 할머니가 하고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

아주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았다.

"일인분도 주나요?"

잠깐 망설이시더니, 앉아있어 보란다.

점심 백반을 신청하고 기다리니 밥이 나왔다. 아주 오랜 만에 보는 생선도 곁들여서.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작은 식당이라 자리가 없었다. 자꾸 기다리는 사람이 늘었다.

그래도 어쩌나, 난 먹는 것이 무척 느려서 다른사람의 두배의 시간이 든다.

눈치 안보고 열심히 먹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다가와 말씀하신다.

"한사람이 와서 테이블을 이렇게 오래 차지하고 있으면 어쩌나 빨리 먹고 비켜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처다본다.

황당하다. 아직 4분의 1이나 남은 밥과 반찬을 한꺼번에 두 수저에 몰아넣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일어선다.

모두다 반기면서, 바로 치우지도 않은 자리들을 차지한다.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꺼냈다.

"이래서 한사람은 받지 않으려 했는데... (투덜투덜)......거기다 또 카드야......"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식당문을 나선다.

 

서울에서는 혼자 들어가도 전혀 눈치보지 않고 먹거나, 혹시 자리가 없으면 합석해도 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봐준다.

내돈 내고 먹으면서도 구박받기은 처음이다. ㅠ ㅠ

너무도 슬프다. 서울 인심이 박하고, 깍쟁이들이라고 하더니, 시골인심은 무섭다. ㅜ ㅜ

 

다음날에는 식당을 들어가기가 겁이난다.    

이제 그만 집에서 밥을 해먹어야 겠다. 

혼자사는 사람은 너무도 슬프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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