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도 죄스럽고,
이 사회의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미안하고
부직부직 화가나는 요즈음
세월호와 함께 날려버런 어린 꿈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미어진다.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이 시를 들으며
나도 작은 소망을 그저 읋져려 본다.
그들이 무사하기를,,
살아온 이들이 상처를 딛고 굳건히 살아가기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너무 슬픔에 지쳐 쓰러지지 않기를...
정말 죄스러운 마음으로...
'이런 사회를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이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만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