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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종말

by 비아(非我) 2014. 12. 26.

 노동의 종말

- 제러미 리프킨

 

우리가 상상한 미래 사회, 거대란 빌딩사이로 비행접시 모양의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여러 가락으로 끝임 없이 꼬여 있는 도로들, 해저도시에서 돔형의 유리 건물을 짓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해초와 물고기들을 구경하며,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인간은 쉬면서 여가를 즐기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그런 사회였다. 우린 과학의 발전이 우주도시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믿었고, 기술의 발전이 힘든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우리가 도달한 미래사회는 첨단 기술에 이은 정보화 사회와 경영 혁신을 이루었지만 이로 인한 대량 실업은 블루칼라, 화이트칼라를 가릴 것 없는 전 세계적 노동의 종말과 우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실리콘 칼라 노동자의 시대는 벌써 시작되고 있다. 첨단 기술 정보 시대의 문 앞에 서있는 인간이 오래 꿈꾸어 온 유토피아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파멸의 세기로 돌진할 것인지 새로운 역사로 진입하려고 애쓰는 세계에게 리프킨은 충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다시 맞이할 미래사회는 기술 혁신으로 자동화된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그들만의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이 책은 기술혁신이론과 토플러 식의 21세기 정보화 사회가 가져온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컴퓨터와 자동화 기계로 인해 노동이 점점 더 소외되는 자본시장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경종이다.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전 세계적 실업은 현재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전 세계의 8억 명 이상이 실업자이거나 잠재적 실업자이다. ‘기술혁신이론에서는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이 가져다 준 극적인 혜택은 궁극적으로 보다 값싼 재화, 보다 큰 구매력, 보다 많은 일자리의 형태로 노동자에게 되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자동화를 촉진하였지만 리프킨은 이런 대량 실업을 가져온 원인을 첨단 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 혁신 등으로 인한 노동력의 필요성 감소에서 찾는다. 한 번 사라진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몇몇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대부분 임금이 낮고 임시직인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는 두 개의 세력으로 빠르게 양극화하고 있다. 한쪽은 첨단 기술 세계 경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보 엘리트 집단이며 다른 한편은 점점 자동화되어 가는 세계에서 완전히 불필요하며 아무런 희망도 없는 거대한 영구 실업자 집단이다. 이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집단이 지구촌에 공존함으로써 인류는 기술 천국의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결함 사회)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리프킨의 전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진단이다.

흑인들의 경험은 향후 수많은 서비스와 화이트칼라 노동자, 중간 관리층, 전문직 피고용자의 미래상에 대한 전조가 되고 있고, 기술혁신과 자동화는 농업,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 까지 노동자의 숫자를 급격하게 감소시키고 있다. 리프킨은 제3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노동력에 어떤 파급 효과를 주고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면서, 신기술 혁명이 산업화된 국가와 개발도상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기술 실업의 증대가 범죄 및 폭력의 증대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목한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굉장히 많은 자료와 방대한 사례들을 들면서 기술혁신과 정보화, 실리콘 노동자 등으로 대표되는 제3혁명 시대가 가져다주는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래서 자주 반복되고, 지루한 설명들을 읽는 이로 하여금 소화해내기가 버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문제들이 현 우리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임을 인정할 때마다 섬뜩한 소름이 돋는다. 지금 교육계를 비롯한 정부, 기업 모든 곳에서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청년 실업과 정리해고 등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임 일자리. 아르바이트 고용, 등으로 많은 임시직이 만들어 지고 그 비율이 정규직을 능가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실업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불황을 양산하며, 범죄율과 정신질환을 증가시키는 부작용까지 가져오고 있다. 이는 리프킨이 분석한 미국 60년대에서 80년대에 했던 사회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심각한 논의들이 있어왔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려고 고심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성장위주의 미국경제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적체된 임금, 작업장에서의 미쳐 날뛰는 듯한 작업 속도, 파트타임 노동자의 증가, 장기적인 기술 실업의 증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와의 소득의 불균형, 중산층의 극적인 축소등은 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너무도 일치한다. ‘만약에 그리고 언제 리엔지니어링 운동이 우리의 사무실이나 작업장에 도달해, 한 때 안정성이 있다고 생각한 일자리에서 우리를 끌어내어 조건부 노동자 대열에 집어넣거나 더 나쁘게는 실업자의 대열에 밀어 넣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새로운 생산관행과 새로운 자동화 기술에 의해 잡혀 있다는 것이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리프킨은 미래사회가 그들만의 유토피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시장 경제가 내포하고 있는 기술 발전의 위협을 넘어서 후기 시장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대안과 접근 방법으로 기술 발전의 이익을 그 피해자들과 공정하게 배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부상하고 있는 제3부문의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즉 공동체 유지와 재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발적 조직과 노동을 장려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원 봉사에 대한 그림자 임금이나 공동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임금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제3부문의 강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일반 기업체, 더 나아가 노동하는 인간 모두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리프킨에 따르면 생산성에만 기초하지 않은 이 사회적 경제는 친밀감과 형제애적 연대, 봉사 정신과 같은 인간 정신을 재발견하게 하고, 새로운 사회로의 대전환을 시작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리프킨이 제안한 대안에 대해 옮긴이는, ‘만약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과 이에 따라 파생되는 수요와 일자리를 과연 기대할 수 없는가?, 현 사회 구조와 사회관계의 방식은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 구조와 사회관계로 전환되지 못하는가? 또한 시장 경제적 패러다임과 사회적 경제 패러다임은 한 사회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면서 기능하는가?’등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찾아 나가야 할 문제 인 것 같다. 또한 리프킨이 제시한 제3부분의 강화가 중간관료의 실업을 가져오고, 복지제도의 강화와 개선에 힘써야 할 정부의 책임부분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해본다. 3부분강화는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감축과 이윤의 공평한 배분을 전제로 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임에도 정부와 기업, 노동하는 인간 모두의 새로운 계약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있어선 다소 느슨해 보인다. 이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가 공황과 계급갈등 등의 자본주의 모순심화로 인해 계급혁명으로 나가고, 이는 사회주의를 건설하게 될 것이라는 이론적 분석처럼 들린다.

이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리프킨의 어두운 예측과 분석이 맞아들어갈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으며 리프킨의 인류 공동체 존속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겸허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라는 옮긴이의 주장에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맹목적인 경쟁과 생산성 향상에만 매달려 있는 우리 사회가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실업의 증가와 이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고, 앞으로 시민사회문화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논의 해 볼 좋은 기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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