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폴로지 (2016)
- The Apology
- 캐나다
- 다큐멘터리
- 개봉 : 2017.3.16
- 106분
- 12세이상관람가
- 감독 : 티파니 슝
- 주연 : 길원옥, 차오, 아델라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시리즈, 안해룡 감독의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7), 권효 감독의 <그리고 싶은 것>(2013)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목록에 추가해야 할 영화가 한편 더 생겼다. 캐나다 감독 티파니 슝이 연출한 <어폴로지>는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상에 밀착해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2009년 아시아 학술여행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됐다는 티파니 슝 감독은 한국, 중국, 필리핀을 오가며 세 할머니들의 삶을 연결한다.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는 1992년부터 시작된 수요집회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스위스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막말하는 일본의 정치인들에게 "사과는 못할망정 막말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는 할머니의 의지는 여전히 꼿꼿하다. 가끔은 늙은 육신이 버거운 듯 긴 잠을 자지만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 본부를 찾아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요청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역시나 몸이 성치 못한 중국의 차오 할머니는 긴 시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위안소에서 생긴 아이를 낳자마자 목 졸라 죽였다는 얘기에 차오 할머니의 딸은 감히 말을 잇지 못한다.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소원 역시 "자식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는 것"이다. 죄책감과 수치심에 오랫동안 숨겨왔던 과거는 또 다른 아픔으로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다.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위로받지 못한 할머니들은 이제라도 그 응어리를 풀어보려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박제된 과거의 문제일 수 없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젊은 세대는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어폴로지>는 6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세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발언에 귀기울인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기록물이다. 영화에는 2011년 12월14일 1천 번째 수요집회가 열린 날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장면이 나온다. 평화의 소녀상이 수난을 맞고 있는 요즘, 과연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나 자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씨네 21 기사 >----------------------------
영화를 보며 드는 생각 몇가지
1. 우린 지금까지 무얼했나?
2. 한국정부는 왜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할까?
3. 한국 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 그들이 나이를 들어 이제 세상을 떠날때 까지도
그 문제는 잘 드러나지도, 제대로 사과를 받지도, 제대로 평가조차 받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
4. 왜 서명 운동이 잘 확산되지 못하고, 이 운동이 20년이 넘게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걸까?
5. 유대인들은 유대인학살문제를 지금도 끝임없이 제기하고 있는데, 우린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을까?
6.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답할 수 있을까?
7. 이런 영화는 왜 우리의 문제임에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지 못했는가? 그리고 상영관도 잡지못해 우린 개봉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게 되는걸까?.....등등...
어느 것 하나도 자신있게 답하지 못하는 나는
그래서 더욱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다....
아델라 할머니의 가슴에 박힌 커다란 못, 가시를
언제쯤 빼, 상처가 아물 수 있을지...
다큐는 아주 교묘히 감정의 끝선을 타고 격하지 않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아주 잘 만들어진 다큐다.
감독의 첫작품이고, 6년, 7년을 거쳐 만들어 졌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