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자주 내린다. 해를 보는 시간보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는 시간이 더 길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가 칠 때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감이 높아진 요즈음 서늘한 날씨는 좋으나, 잦은 비로 더욱 우울해지는 것만 같은 착각속에 빠진다.
책을 읽다가 이 시를 발견하고 여기에 옮겨 적어 본다.
유머와 위트가 관계속에 필요한 때이다.
「오래된 농담」
- 천양희,
회화나무 그늘 몇 평 받으려고
언덕길을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 평이나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케보다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 되 얻으려고
언덕길을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말을 기억해 낸
늙은 나애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 알이나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잔뜩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징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천양희, 「오래된 농담」,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60-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