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드릭 베크만 장편소설
-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출판
- 2016년판
《오베라는 남자》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장편소설 『브릿마리 여기 있다』. 타고난 결벽증에 까다롭기 그지없고, 늘 과하게 솔직해 이웃에게도, 남편에게도 수동 공격적이며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사는 브릿마리. 그런 탓에 늘 누군가의 그늘로만 살아오던 브릿마리가 삶의 위기를 겪고 난 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전히 나만의 삶을 찾아 떠나는 가슴 뭉클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교보 책소개에서)----------------------
" 사실 따지고 보면 배크만의 작품에서 아무 이유 없이 까칠한 사람은 없었다. 오베가 그렇게 까칠했던 이유는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고, 엘사가 그렇게 까칠했던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었고, 브릿마리가 그렇게 까칠했던 이유는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어쩌면 베크만은 지금껏 나이가 너무 많아서 또는 너무 적어서 그것도 아니면 너무 특이해서 발언권 없이 함구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던 이 세상의 주변인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세상과의 소통에 서툴러서 온갖 오해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배변하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p.477-478/ 옮긴이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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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로 우리에게 사랑받는 작가 크레드릭 베크만의 세 번째 소설이다.
베크만의 글은 유머와 위트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랑이 배어 있다.
표지 사진의 작가의 모습은 소설 속의 그의 장난끼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테지만
소설은 소설이 가진 나름의 매력으로 인해, 영화에서 표현되지 못한 많은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좋다.
특히 배크만의 소설들은 영화로는 표현되지 못하는 숨은 의미와 작가 특유의 메시지와 전달 방식이 환상적으로 조합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이 훨씬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어느 나이쯤 되면 인간의 자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p.394)"
라는 작가의 말처럼, 평생 주부로 가족의 뒷바라지를 하고 살았던 50대 이후의 주부들에게는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식들이 다 성장하여 떠나버렸을 때에 남는 공허감은 그 나이 때의 주부만이 느낄 수 있을거다.
여기서 브릿마리는
어릴 때부터 늘 비교대상이었던 '언니' 라는 존재와 죽음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는데...
까칠함 뒤에 숨겨진 그 사람의 진정한 내면을 마주하는 일은 참 어렵다.
우리 주위의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브릿마리'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싶다면 '진정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아는 것.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를 생각해 보자.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가끔은 내 현재 위치가 어딘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p.187)"
이 세상이 불필요한 인생은 없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의 뜨거운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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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사랑이 언제 꽃을 피우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눈을 떠보면 꽃이 만개해 있으니까. 시들 때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보면 이미 엎지러진 물이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발코니 식물과 비슷하다.(p.75)
-. 브릿마리는 그들의 결혼 생활이 언제부터 손쓸 도리가 없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그녀가 아무리 많은 받침 접시를 동원해도 닳고 흠집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없었는지 알지 못한다.(p.75)
-. 영환이 몸을 떠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투덜대는 이웃들만 남을 뿐이다.(p.109)
-. 모든 결혼 생활에 단점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에게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살다보면 그 사람의 약점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약점들을 무거운 가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면 그걸 피해가며 청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 먼지가 쌓이겠지만 손님들 모르게 지나갈 수 있기만 하면 참고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하락도 없이 가구를 옮겨버리면 모든 게 만천하에 드러난다. 먼지와 긇힌 자국, 쪽매널 마루에 영원히 남은 흠집, 하지만 그쯤 되면 이미 되돌릴 방법이 없다.(p.173)
- 그런 점에서 사회는 인간과 같다, 질문을 자제하고 무거운 가구를 옮기지 않으면 최악의 면모를 접할 일이 없다.(p.179)
- 10대 이후로 이렇게 발보다 심장이 먼저 계단을 달려 내려간 적은 없었다.( p. 279)
- 다시 시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나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p.284)
- 인생은 자기가 신고 있는 신발, 그 이상이다. 나라는 인간, 그 이상이다. 그 모든 것의 총합이다. 다른 무언가에 깃든 나의 조각들이다, 추억과 벽과 찬장과, 커트러리 통이 들어 있어서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전부 알 수 있는 사람이다.(p.289)
- 모든 인간에게 사랑이 불꽃놀이일 필요는 없다, 다섯 글자짜리 수도를 찾는 문제거나 구두 굽을 갈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일 수도 있다.(p.295)
- 이 세상에 느린 비통함은 없다 그것은 부인이나 분노, 타협이나 억압, 도는 수용의 맨 마지막에 찾아오지 않는다. 모든 것을 태우는 불길처럼 그녀의 안에서 화르륵 치속아 모든 산소를 앗아가고 땅바닥에 쓰러진 그녀로 하여금 자갈을 채직질하며 숨을 헐떡이게 만든다. 척추가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안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잠재우겨로 필사적으로 애쓰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몸이 뒤틀리며 움츠러든다.
무력감의 궁극은 죽음이다. 궁극의 절망은 무력감이다.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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