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5.16
- 이제는 걷기도 지겨워지는 나이가 된 걸까? 요즘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진다.
나무늘보처럼 늘 의자에 침대에 늘어져 있는 것이 편안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산행도 출발하기까지 한참 망설여진다. 귀찮이즘으로.
가장 많이 달고 사는 말이 '아. 귀찮아'인걸 보면 그럴만한 나이가 된게다.
- 토요일이면 늘 걷던 지리산 둘레길 걷기도 귀찮아서, 오늘은 느즈막이 일어나 아점을 먹고, 그러고도 나가기 싫어서 화단의 장미를 한참을 바라보고, 그러다 그렇게 느즈막히 출발한 하동.
- 밖으로 나오면 보여지는 산자락에 여전히 가슴은 뛰는데, 늘 그렇게 선뜻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 '아름다운 길'이라 명명된 섬진강길을 달려, 도착한 악양. 그 자락에 자리잡은 마을들이 포근하다.
'오. 악양이 이렇게 아름다웠어?' 또 한번 새삼스럽게 놀라며, '최참판댁' 안내 간판을 지나 마을길로 올라간다.
- 처음 찾아가는 '빈산갤러리' 네비를 따라 시골마을길을 구불구불 불안해하며 간다. 갑자기 네비가 가르킨 길 앞으로 좁은 급경사길이 펼쳐진다. 비탈길 좁은 급경사 골목을 오르지 못하는 탓에 하천가에 차를 세우다 문을 열지 못하겠어서, 맞은 편 담장옆에 주차를 했다. "거기다 차 세우시면 안되요"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 차가 왕복하려면 이쪽편에 바짝 붙여 세울 수 밖에 없는데요?" 하소연을 해보지만 소용없다.
내가 세운곳이 '문화재'로 지정된 집이라 그 담장 가까이 세울 수 없다는 거다. 원, 이런~~
전국 방방곡곡을 거의 돌아다녀 보았다고 자부하는데, 문화재 담장 옆에 차를 세우면 안된다는 경우는 처음인지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무슨 안내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닥에 주차금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공터가 이으면 아무데나 차 세우는 것은 시골의 관행인지라.
할 수 없이 차를 하천가에 바짝 붙여 세워두고, 바로 옆에 있는 문화재라는 집의 안내판을 읽어보았다.

-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는 '조부자집'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토지'의 최참판댁과는 많이 다르다.
-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 이건 차도 못세우게 하는 인심을 보고, 심술이 나서 깎아내리는 말이긴하다.^^:: - 글귀를 잘 읽어보면,
'동학농민운동' 때 불탔다. '일본침략기'에 다시 세웠다. 그리고 '6.25'전쟁 때 다시 불탔다.
해석을 해보자. 농민운동은 지주들의 수탈에 반대하여 일어난 운동이라면, 농민착취가 있던 부잣집이었다는 소리고,
'토지'에 나오는 후덕하고, 마을의 중심이 되어주는 집은 아니었다는 소리가 된다.
일본 침략기에 집을 다시 지을 정도면 그 자본은 어디에서 나온걸까? 하는 의문.
또 다시 '6.25전쟁 때 이집이 불이 났다면, 어째튼 가난한 이웃을 돌보지 않은 지주였다는 소리가 된다.
(한 집의 안내판을 놓고 이렇게 해석을 하는 것은 순전히 '차도 못세우게 하는 심보'에 대한 고약한 나의 심보다. ㅋ ㅋ, 그냥 주관적 분풀이이니 너무 의미를 두지는 마시길.)
왜 문화재로 지정되었을까? 고택이어서? 문화재 이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하는거 아닌가?
무서워서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밖에서만 넘어다 보다. 담장이 하도 높아 잘 보이지 않아 밖의 모습만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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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운조루'가 있다. 이 집 문 앞에는 양식이 떨어진 이웃이 언제든 가져갈 수 있도록 쌀뒤주 큰 것이 놓여있다. 늘 나눔을 실천했던 집이었기에, 역사의 여러 혼란기 속에서도 늘 그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러한 미덕으로 지금도 운조루에는 사람들이 늘 발길을 끊이지 않고 찾아오며, 누구나 대청마루에 앉아 쉬어갈 수 있다.
그 곳에는 음악회도 열리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 많은 소모임들을 위해 공간이 열려있어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이것이 진정한 대갓집의 모습이다.
또 구례의 '쌍산재'는 집안에 있던 우물을 마을 사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담 밖으로 우물을 내놓고 , 다시 담을 쌓았다. 그래서 지금도 누구나 달고 맛있는 그 집의 우물물을 약수로 길어다 먹을 수 있다.
하동의 조씨부잣집도 그렇게 배풀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한가지 작은 소동으로 나에게 괜한 인심 잃은 핀잔을 듣고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생명, 평화, 연대'의 의미로 기획된 전시를 보러가는 길에 만난 작은 민낯에 대한 푸념이라 해두자.
- '빈산 갤러리'를 소개하려다 서두가 너무도 길었다. 아무튼.
- 높은 담장을 따라 길을 올라 구불구불 네비를 따라가기를 한다.

- 상신마을 문화탐방로라는 안래판이 서 있다.
- 문화탐방로? 마을이 문화마을이면서 주차장도 없고, 문화적인 것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문화마을인가?'
- 나처럼 초행인 사람은 좀 더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다. 차를 여기에 세우지 말고, 조금 더 올라가서 어디에 주차장이 있다는 등등...


- 맞은편 이렇게 담에 현수막이 걸린 집이 빈산갤러리다.
- 빈산갤러리는 외양간을 개조하여 만든 아주아주 작은 문화공간이다. 그래도 여기서 다양한 전시가 펼쳐진다.
지금 열리고 있는 전시는 '숨 막히는 조화의 천지에서'라는 박경리 작가의 시에서 따온 구절로 펼쳐지는 사진전이다.
시인이자 사진작가이신 3명의 작가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진귀한 자연의 풍광 속의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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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이 워낙 작은 탓에 전시물 전체 사진이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뜻과 심오함은 한없이 깊다.
- 빈산지기인 금이 작가가 사진 하나하나에 대해 도슨트처럼 설명을 해주고, 또다른 빈산갤러리 작가분이 그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사와 '생명, 평화,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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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와'시인의 이 시를 읽고, '희얼레지'사진을 다시 들여다본다. 마음이 아프다.
- 보랏빛의 얼레지는 아주 흔하다. 그러나 흰 얼레지는 보기 정말 힘들다. 진귀한 꽃. 이제는 사라져가는 많은 자연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 흰얼레제가 흰 이유를 시인은 역사 속에서 찾는다. 슬픈 역사. 슬픈 얼레지. 고난의 역사속의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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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열리는 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거창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사용된 캐릭터)
- 너무도 많은 이야기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런, 하동 책방에도 가야하는데' 하고 생각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 '차를 빼라'는 문자가 날아온다. 하긴 한시간 전에 날아온 문자를 두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본 거긴하지만.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린줄도 모르고. 이야기에 빠겨 있었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나중에 다시 들리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급히 언덕을 내려왔다.
- 그냥 공터에 차를 세웠는데, 다른 차도 여전히 서있다. 이 차는 '조부잣집'차인가?
그래도 마을에 처음 방문하는 방문객의 차가 잠깐 세워져 있는 것을 못참고, 차 빼라고 문자를 날리다니, 참으로 야박하다. 처음부터 그곳에 세우라고 해서 세운건데...아무리 불평해보아야 소용이 없다.
- 나오면서 보니, 조금 못미쳐서 마을회관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이 보인다. 다음에는 저곳에 세워야 겠다. ㅜ ㅜ
- 갤러리에서 하도 긴 시간을 보낸 바람에 하동책방이 문닫을 시간이 되버렸다. 그래도 위치는 알아두어야지 하고, 서둘러 차를 몰아 인근에 있는 하동책방으로 갔다.
- 하동책방은 폐교를 빌려, 책방을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단지 시골에서 책방을 한다는 것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는 더불어 삶의 한 실천방안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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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책방과 같은 폐교안에 있는 공간들.
- 다양한 삶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그들의 뜻이 참 좋다.
- 하동책방에서는 북콘서트도 가끔 열린다. 그외 다양한 모임들도 있으니 참석해보시길.





- 책방은 세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는데, 세번째 공간에서 이 서점의 주인장이 일하고 계셔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 세번째 공간은 헌책방처럼 되어 있는데, 다양한 헌책들을 마음껏 볼 수 있고, 헌책값으로 구입할 수 있다. 헌책이라고는 하지만. 진주에서 오랫동안 큰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 시기 때문에, 그동안 헌책이 되어버린 책들이라고 보면된다.
- 이 곳간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여름이나 겨울에 도서관처럼 와서 시원하고 따뜻한 이 곳에서 마음껏 책을 보고, 하루종일 지내도 되는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이용가능하다. 폐교이기 때문에 점심을 싸와서 운동장 그늘에서 먹을 수도 있겠다.
(다음에 가면 세번째 공간도 사진을 찍어 추후 올려놓겠다.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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