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2013. 12.18 개봉
- 감독 : 양우석
- 출연 :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허구입니다.' 로 시작하는 영화이나
'이 영화는 허구를 바탕으로 한 실화'이다.
1980년대를 데모로 대학생활을 보낸 사람들은 안다.
이 영화가 어디까지나 역사 속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 라는 것을.
실제 빨갱이로 대학생들을 줄줄히 엮어 구속했고,
고문했고,
그러다 죽어갔다.
강제로 군에 끌려가서 소리없이 의문사한 대학생들도 많다.
지금까지 말하지 못하고
말하면 빨갱이로 몰릴까봐 숨죽여 살아왔던 사람들이
문민정부가 들어섰을 때 얼마나 가슴에 품었던 응어리를 쓸어 내렸던가를....
난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계속 가슴이 멍멍하여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채루탄 가스에 울고, 무장한 전경들이 방망이를 들고 쫒아올 때의 그 긴박감과 숨막히는 공포감
개처럼 얻어 맞으며 끌려가던 선배, 동료들,
법정에 하얀 죄수복을 입고도 당당히 미소짓던 선배의 얼굴
우리 아들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던 죽은 친구 어머니의 얼굴...
이 모든 것이 갑자기 되살아 나면서 그동안 묻어 두었던 응어리가 쏟아져
자꾸만 눈물이 났다.
박완서씨는 자신의 글에서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다만 바퀴없는 자들의 편이다.'고 했다.
송우석 변호사가 '국가의 주권의 국민에게 있고'를 외칠 때
그가 소리치며 울부짖을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진실앞에 좌절할 때
난 이말이 자꾸 머릿속에 어른 거렸다.
바퀴없는 자들의 편이고자 했던,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
지금 우리 곁에 없음이 마음이 아파 또 눈물이 났다.
그가 바퀴없는 사람들의 바퀴가 되어 주고자 했을 때
그 바퀴가 빠지거나 멈추지 않도록
단단한 나사들이 되어 주지 못한 우리 국민의 무능함에 눈물이 났다.
그를 그토록 허망히 보내야 했던 우리가
그가 '자식에게 물려주고자 했던 나라' 를 만들어
우리 자식들에게 살고 있도록 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가슴이 저리다 못해 아리다.
그토록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외치다 희생된
역사의 선구자들 앞에 난 고개를 들수 가 없다.
그러면서도
또 내일도 소시민으로 살아갈 나를 생각하며
다시 가슴이 아리다.
난 이 글을 쓰면서도 두렵다
내 이영화를 보며 울었다고 해서
누군가 나에게 갑자기 '빨갱이'하며 손가락질 할까봐
마녀 사냥이 다시 시작될 까봐,
가슴한 켠에 아직도 낫지 않은 상처가 생채기를 내고
이미 트라우마가 되어 숨막히게 목 졸라 온다.
나도 다만 바퀴없는 사람들 편이고 싶을 뿐이다.
우리 모두 이 포스터의 사람들 처럼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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