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
-문학동네(2007) 출
1992년 리브르 앵테르 상 수상작! 밀란 쿤데라에 비견되는 유일한 동유럽 출신의 여성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전쟁 때문에 뿌리뽑히고 외로워진, 죽음조차 허용되지 않는 망가진 운명들의 비극적 추억이 간결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흡인력 있는 그녀의 문체 속에 살아난다
(예스24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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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에 올려져 있는 한 서평이다.
줄거리를 간결하게 잘 쓰고 평도 좋아 퍼 올려본다.
원문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6705252
이 소설의 주인공 ‘토비아스’는 적어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열일곱 먹은 창녀와 초등학교 교사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다. 어린 토비아스는 어미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으려고 하면서도 어쨌든 그녀와 잠자리를 가지는 아비의 등에 칼을 꽂고 도망쳐 국경을 넘는다. 신분을 숨기고 다른 나라에 망명하여 사는 그는 공허한 나날들을 위해 눈물 흘릴 줄 안다. 아침에 일어나 공장에 출근하고, 하루 종일 기계를 만지고, 늦은 저녁 예쁘지만 어리석은 애인의 집에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하는 일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그는 안다. 그리고 ‘린’을 기다린다. 그는 자신의 배다른 여동생이자 첫사랑인 린을 열렬히 사랑하고, 린이 그 앞에 나타났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완성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지 않는 린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는 린이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고도 말하고, 아무것도 꿈꾸지 않는다고도 말하지만 사실은 내내 린을 꿈꾼다.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는 망명자의 허무한 삶 속에서 린을 향한 기다림만이 오롯이 구원이다. 토비아스에게 린은 꿈이자 이상이며 삶의 의미이다.
그렇지만, 아니 그렇기에 린의 등장은 토비아스에게 비극이다. 우연히 눈앞에 나타난 린을 위해 토비아스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친다. 모든 시간을 린을 위해 쓰고, 언제든 린이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린은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는 여인이며, 잠시 머무르다 가버릴 이방인이다. 린은 토비아스를 떠나며 이렇게 말한다. “내 이름은 카롤린이야. 린은 네가 만들어낸 여자야.”(본문 134쪽)
토비아스는 린이 자신을 떠나면 자신은 죽으리라고 말했지만, 그는 죽지 않는다. 죽은 것은 꿈과 이상이다. 린이 떠난 뒤 그는 애인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산다.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고 공장으로 출근했다 아이를 찾아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오지 않는 구원의 여인을 기다리는 삶은 비극이었다. 마침내 눈앞에 선 그녀와 함께 만끽했던 찰나의 행복도, 필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던 이별도 비극이었으며,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꿈을 죽이고 현실에 물들어 하루하루를 이어나가는 삶 또한 비극이다.
어느 평론가는 아고타 크리스토프를 두고 ‘삶의 비통함을 검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게 그려내는 작가’라고 평했다. 옳은 말이다. 그녀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 속에는 늘 전쟁과 망명, 절망과 고독, 한없이 비틀리는 인간성이 있었다. 꿈을 잊은 채 남루한 일상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 숨 쉬는 인간이 있었고, 그 남루함조차 그 남루함조차 가지지 못했으면서도 끝없이 무언가를 꿈꾸는 인간이 있었다. 그들 모두의 삶이 비통했다.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 아침에 일어나 어딘가로 출근하고, 짝을 찾아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우리의 삶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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