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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 책· 영화. 그리고 채움과 비움.
책을 친구삼아

기린의 심장

by 비아(非我) 2021. 12. 27.

- 이상욱 단편소설집

- 교육서가 출판

- 2021년판

 

 

이 단편소설집은 <기린의 심장>외에도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젊은 작가라고 하기에도 그렇고...노년의 경력작가라기에도 그런...중년의 애매모호한,

전업작가도 아니고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저녁에 미친듯이 써내려간 단편 소설집이라니...

기존의 작가들의 서체에 이미 익숙해진 나는 이 소설들을 읽으며 '요즘 젊은 작가들이란..."하며 읽게 되는,

색다른 단편의 전개에 다소 당황스러운...그런 단편들이었다.

 

요즘 사람들에게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이 하는 역할이란?' "소설이 어느 정도의 문학성을 담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요즘 소설들을 읽으면서 고민하게 된다.

'문학성을 잃어버린 소설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등등의.

 

우연히 머리를 식힐겸 읽을 소설 거리가 없을까?..하고 작은 도서관에 들렸는데

서가에 꽂혀있는 이 작은 책을 발견하고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니, '요즘의 젊은 작가인가보다..'하고 들고다니며 읽기 편해 빌려보았다.

 

참신한 발상과 소설의 구도가 이색적이었고(환타지 스타일의, 그러면서도 현실의 암울함을 그린...그런)

요즈음 어느정도 사랑도 해봤고, 결혼생활에있어서도 신혼의 단꿈에서 벗어난,

사회생활의 어려움도 어느 정도 겪어본...그런 글들이구나...하며   읽었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그리 썩 잘 쓴 이라고 하기에는 별점 2~3개 정도의. 

(젊은 무명작가들에게 희망과 계속 써내려나는 의지를!)

한 없이 슬픈 세상(환타지속 세상마저 현실의 반영일 때는 슬프다는 사실 조차 슬프다)속의 암울한 삶들을 그린 소설들이다.

 

난 <라히이나의 눈>이 가장 인상깊게 읽었는데,

(참조: 라히니나의 눈은 하와이어다. 태양이 90도 위에 정확히 도달해 그림자가 대략 5분 정도 사라지는 현상으로 , 1년에 두 번 호놀룰루를 찾아온다.(p.50)

 

" 그림자 속엔 어두운 마음이 숨어 있거든, 원하던 걸 얻지 못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몸에 병이 찾아오면, 그림자에 숨어 있던 어두운 마음이 슬그머니 나타나 발목을 움켜쥔단다."(p.39)

 

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평생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친 사람의 이야기 이다.

그 단편을 읽고 나서는 현실에 드리워진 나의 그림자와 주인공의 그림자, 세상사람들의 힘든 그림자들이 덕지덕지 느껴져 며칠이 우울했다.

 

또 이런 문장도 마음에 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빗줄기에 사람들은 서로 간의 거리를 잃어버렸다. 빗방울마다 서려 있던 악몽이 도시의 가장 낮은 곳으로 모여드는 밤이었다." (p.226. <경계>)

" 구름 사이로 드리운 햇살이 먼산의 그림자를 지워가고 있었다. 그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너무 눈부셔, 재인은 그만 울고 말았다."(p.227. <경계> )

왜 재인이 울움을 터뜨렸는지는 소설의 맥락속에서 알게되지만...뚝 떼어 놓고 보니 그 맛이 느껴지지 않기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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