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쿠와 가즈미 지음
- 노수경 옮김
- 사계절 출판
- 2022년판
<책소개>
다분히 의도적으로 ‘좁은 의미의 철학자’의 이름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 저자는 그 대신 영화 〈흔들리는 대지〉와 〈스파르타쿠스〉, 소설 『캉디드』와 『제5도살장』, 역사적 인물인 가야노 시게루와 마틴 루서 킹의 이야기를 통해 철학이 탄생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전태일 같은 이를 철학자로 보지 않는다면 나는 철학을 떠나겠다’라고 마음먹었던 철학자 고병권은 다카쿠와 가즈미가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가 철학을 탈환하고 싶다고 말한다. 저항의 계기가 차곡차곡 쌓여도 냉소와 환멸만이 가득한 시대에 이렇게 되찾은 철학이 변화의 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야심이 깃든 이색 철학 입문서이다.
요즘 같은 시국에 가장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이 혼란한 시국에서
무엇이 가장 진실인지, 모두가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혼동 속에서도
어떤 유언비어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 시대의 혼란과 아픔에 저항할 수 있는 사고는 어떤 것일까?
우린 그런 철학적 사고를 하고 있는 가?
"저항: '커다란 물줄기에 휩쓸리지 않고, 두 발에 힘 꽉 준 채 서서 떠내려가지 않는 것' 입니다.(p.42) "
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린 두 발에 힘 꽉 준채 흔들리지 않고,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
그 몸짓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권위에, 예속에, 빼앗긴 주식에, 운명론에 강하게 'NO'라고 말하고 있는가?
'자연에서 비롯한 재난 그 자체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아 무질서를 만들어 자리보전을 획책하는 체제'에 저항이 필요한
'지금이 그 시간' 임에도.
저자는 말한다.
"종요한 것은 먼저 무엇이 저항인지 알아두는 것, 곳곳에 있는 저항을 꿰뚫어 보는 것, 저항자와 연대하는 것은 쉬운 일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또한
"그러한 경향에 끈질기게 ”아니오!“ 라고 말하며 기본적인 윤리 감각에 숨을 불어 넣는 일" 이라고.
혹은
'사실 당신도 어떤 식으로든 저항하고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이 책에 언급된 입문자를 위한 커리큘럼>
1. 예속된 자의 저항 : <흔들리는 대지>, <스파르타쿠스>
2. 주식을 빼앗긴다는 것 : 기아노 시게루
3. 운명론에 저항하다 : 계몽사상가 볼테르 의 소설 <깡디드> , 커트 보니것의 SF 소설 <제5도살장>
4. 지금 이 그 시간 : 마틴 루서 킹
<책속으로>
1. 철학을 정의하다.:
철학이란 개념을 운운하는 것으로 세계에 대한 인식을 갱신하는 지적인 저항이다.(p.23)
- 개념을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일관성을 완고하게 주장하는 것, 그리고 논의의 결과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p.28)
- 인식: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가', '세계를 보는 방식'(p. 37)
- 사고란 지금까지 취하던 세계를 '보는 방식을 어떤 의미에서는 부정하는 것입니다. (중략) '보는 방식'에 크든 작든 타격을 가하여 다르게 '보는 방식'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 행위에는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p.38)
- 지성이란 감성과 정서에 머물지 않으면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행위입니다. (중략) 지성은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막연하게 생각하거나, 걱정하거나, 반추하는 등 다양한 작용을 합니다.(p.39)
-저항: '커다란 물줄기에 휩쓸리지 않고, 두 발에 힘 꽉 준 채 서서 떠내려가지 않는 것' 입니다.(p.42)
- 권력: 지배적이고 체제적인 힘은 전부 권력입니다. 정체, 침체, 타성, 사고하지 않는 것, 불만이 있어도 울음을 삼키며 잠들거나 망각하도록 강요하는 것, 혹은 "뭐 어쩔 수 있나"라며 타협을 부추기는 모든 우월한 힘을 말합니다.(p.43)
2. 예속된 자의 저항
- 저항에 대해 일관성 있는 개념이 될 법한 언어를 도입하여 세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조직하는 사람- 철학자(p.51)
- 저항은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그냥 저항합니다. 그뿐입니다. (p.67)
3. 주식을 빼앗긴다는 것
- 주식을 축으로 하여 세계의 이미지를 단번에 새로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 철학적 저항의 몸짓입니다. '주식'이라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는 말을 개념으로 삼아 거기에 일관성을 부여하여 '세상은 우리 쪽에서 보면 주식을 금지당한 세계로 인식되는데, 같은 관점을 당신들에게 제공하나면 대체 당신들에게 세계는 어떻게 보일까?'라는 질문을 단숨에 던진 것입니다.
여기에서 소수자는 이미 다수자의 동정을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소수자는 다수자에게 감정 이입을 정중하게 강요합니다. 감각과 인식의 측면에서도 소수자는 주식금지라는 이미지를 가져와 다수자를 호되게 꾸짖습니다.(pp.124~125)
4. 운명론에 저항하다.
- 코미디 소설의형태를 빌려 신의론과 충족이유율 같은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소리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깍아내리는 작품이 바로 <깡디드>입니다. 신의 뜻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멋대로 거드름을 피우는 것은 이제 됐다는 메시지가 소설의 결말입니다.(p.143)
- 볼테르는 재앙 앞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니 오히려 유해하기까지 한 철학 개념을 폐기하는 모습을 소설에서 펼쳐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소설 속이었지만 이는 충분이 철학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철학 개념의 유해성을 끈질기게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이런 행동은 철학자의 이름을 참칭한 타락한 자들로부터 진정한 의미릐 철학을 탈환하려는 행위라고 간주해도 좋을 것입니다.(p.152)
- 커니 보니것 : “그런 것이다.” (So it goes) : 운명론에 대한 순종 -> “그럴 것일 리가 없다!” 라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무언의 메시지를 동반하는 표현.(...) 그것이 기묘한 느낌의 유머를 만들어 이야기 속에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pp.168~169)
- <SF소설 /제5도살장> 운명론에 대한 저항으로서 " 그러한 논리 전개가 허락되는 사람은 기껏해야 시간 여행자 뿐이다. 백 번 양보해서 시간 여행자만이 '그런 것이다.'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 밖의 사람은 그런 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라느 것을 보여주는, 무섭도록 비틀린 방식을 채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에게는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경험한 것의 '말할 수 없음'에 이야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운명론에 대항하여 커다란 'NO'를 들이미는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 커트 보니것에게는 SF라는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입니다.(PP.169-170)
5. 지금 이 그 시간
- 일단 긴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시의적절한 것’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P.179)
-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이다.” (어느 법률가의 말을 재인용/P.180)
- 토크니즘이란 예를 들어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흑인이나 여성 같은 소수자를 토큰처럼 아주 조금 등장시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해 차별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는 것을 가리킵니다.(P192)
- 토크니즘이란 〔어떻든 간에〕 지불하겠다는 〔비어 있는〕 약속이다. 민주주의란, 가장 바람직한 의미에서 지불이다.(P.194)
‘시민권’ 달러와 같은 가치라고 하는 메달을 건네받고, 행선지 표시에 ‘민주주의’라고 쓰인 버스에 믿고 올라탄다. ‘시민권’ 달러 구간의 종점에 있는 ‘민주주의’에 도착할 때까지 땀투성이 손에 메달을 소중히 쥐고 있지만, 중간에 그 메달이 단순한 금속 조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게 아닐까 불안이 엄습해온다.(P.194)
- ‘반복되는 지연에 의해 존속되는 사회적 부정이 있늘 때 종말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지금의 시간 감각을 바꾸는’행위는 그것이 꼭 정치적인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방식 자체에 결정적인 갱신을 강제하여 결코 완전지 부정될 수 없는 무엇인가로 분명히 남았을 것입니다. (p.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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