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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 책· 영화. 그리고 채움과 비움.
책을 친구삼아

by 비아(非我) 2024. 11. 8.

- 한강 저

- 문학동네 출판

- 2018년판(2016년 초판)

 

<책소개>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흰』. 2018년 맨부커 인터네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2013년 겨울에 기획해 2014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글의 매무새를 닳도록 만지고 또 어루만져서 2016년 5월에 처음 펴냈던 책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힘에 손색이 없는 6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강보, 배내옷, 각설탕, 입김, 달, 쌀, 파도, 백지, 백발, 수의…. 작가로부터 불려나온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의 이야기로 파생되어 ‘나’와 ‘그녀’와 ‘모든 흰’이라는 세 개의 장 아래 담겨 있다. 한 권의 소설이지만 각 소제목, 흰 것의 목록들 아래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나’에게는 죽은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이 있다. 나는 지구의 반대편의 오래된 한 도시로 옮겨온 뒤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들에 사로잡힌다. 나에게서 비롯된 이야기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겨간다. 나는 그녀가 나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하고, 그런 그녀를 통해 세상의 흰 것들을 다시금 만나기에 이른다.
소설의 전체가 다 작가의 말이라고 작가 스스로 이야기한 이 작품을 통해 한강의 소설에 관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흰’이라는 한 글자에 매달려 파생시킨 세상의 모든 ‘흰 것’들에 대해 한강이 써내려간 한강의 문장들 속에서 한강이 끌어올린 넓고도 깊은 서사를 만나게 된다. 소설 발간 즈음 한강은 고요하고 느린 퍼포먼스를 벌였고, 최진혁 작가가 제작한 영상 속에서 언니-아기를 위한 행위들을 언어 없는 언어로 보여주었다. 그 퍼포먼스가 글과 함께 배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2018년, 『흰』을 새 옷으로 갈아입혀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인다.
 
(출판사의 책소개>--------------------
 
 
강보
배내옷
소금
얼음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개
백발
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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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을 읽는 동한
짧은, 아니면 긴
'한풀이'를 보는 듯했다.
이상하게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을 하얗게 살아내야 했던 민족
 
삶의 폭력성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까만 죽음 앞에서
하얀 삶을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그래서
'살아, 죽지말고 살아'라고 외치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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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너는 하얗게 웃었지.

가령 이렇게 쓰면 너는 조용히 견디며 웃으려 애썼던 어떤 사람이다.

그는 하얗게 웃었어.

이렇게 쓰면 (아마) 그는 자신 안의 무엇인가와 결별하려 애쓰는 어떤 사람이다.

(p.78. ‘하얗게 웃는다중에서)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p.81)

 

가끔 그녀는 그것을 꺼내 손바닥 위헤 얹어보았다. 침묵을 가장 작고 단단한 사물로 응축시킬 수 있다면 그런 감촉일 거라고 생각했다.(p.87. ‘흰 돌중에서)

 

묵은 고통은 아직 다 오므라들지 않았고 새로운 고통은 아직 다 벌어지지 않았다.(p.94. 백야중에서)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같은 죽음(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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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중에서>

- 권희철.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1. 한강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껴안을 수 있는가 (채식주의자. 2007)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바람이 분다, 가라. 2010)

삶을 살아내야 한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볼 때 그것이 가능한가 (희랍어 시간. 2011)

내가 정말 인간을 믿는가, 이미 나는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이제 와서 인간을 믿겠다고 하는 것일까(소년이 온다, 2014)

 

2. 작가의 말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물음들은 대담에 이르는 길들이다, 대답이 언젠가 주어지게 될 경우, 그 대답은 사태실상에 대한 진술 속에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어떤 변화 속에 존립할 수 있다

풀어서 쓰면 이렇다, 질문은 어떤 대답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대답은 무엇인가를 해명하며 질문을 해소하는 진술 속에 있지 않다. 질문이 충분히 개진되었을 때, 그 질문을 숙고하고 있는 사유 그 자체가 변화하는데, 바로 그 변화안에 답이 있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그간의 한강의 소설들을 다시 읽는 이 자리에서, 섬세한 해석을 통해 정확한 을 찾아내기보다, 차라리 질문들 사이의 간격 혹은 변화를 더듬으면서 그 사유의 운동을 우리의 읽기 안에서 다시 발생시켜야 한다. (pp.143~145)

 

3. 모든 인간 존재의 근본에는 어떤 결핍의 원리가 있기때문에, 바로 그 결핍으로 인해서 타자의 이의 제기와 부인에 노출되고, 절대적 내재성(혹은 자율성)에 대한 환상을 포기할 수 있다. 바로 그 노출과 포기 속에서, 타자에 의해 나의 실존이 근본적으로 부단히 의문에 부쳐지고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나는 나 스스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p.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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