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금희 장편소설
- 출판사 무제
- 2025년판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듣는 책으로 읽었다.
듣는 소설을 '읽었다'고 표현하니 그 또한 이상하긴 하다.
<첫여름, 완주>는 배우 박정민이 시작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출판하는 회사를 시작하면서 듣는 소설1로 김금희 작가에게 부탁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후에, 오디오북으로 씌여진 소설을 '읽는 소설'로 대사를 문장으로 바꾸어 다시 출판되었다.
'듣는소설'에 처음 접해본지라 그 또한 신선하다.
어떤 표현들은 '읽는 소설'에서는 어떤 문장으로 표현되었는지 궁금한 부분도 있었다.
일테면 이런 표현이다.
" 비현실적인 상황이 주는 환상과 그것으로의 몰입을 지연시키는 선율이 동시에 깃든 음악, 몽환적인 컨트리풍.(p.101)
이런음악은 대체 어떤 음악인지 직접 오디오로 들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다가 작가가 열매의 생각을 통해 영화 <<첨밀밀>> 에 대해 표현하는 부분이 있는데,
난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해서 참으로 작가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장만옥은 말하기 전 늘 어떤 감정을 미리 물고 있었다.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는 억척스러움을 물고 있었고 비오는 야시장에서 해적판 카세트테이프를 팔 때는 밤의 불빛처럼 아련한 희망을 품었고 오래된 브라운관에서 죽은 등려군의 얼굴을 볼 대는 인생에 대한 의문을 얼굴과 입 모양으로 담고 있었다. 장만옥은 슬픔 앞에 무너져 내린 사람의 비관가 그럼에도 변치 않는 말갛고 전진한 낙관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남녀 주인공 이요와 소군이 새해 인사를 나누는 부분은 열대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었다.(p.75)"
또 이런 표현도 있다.
“감정은 관계의 잔존물이니까요” (p.90. 정신과 의사의 말)
모슨 문제와 갈등은 '관계'에 비롯된다. '감정' 또한 관계의 잔존물이라는 참신하다
"열매는 하루에도 수백 번 마주치는 타인들 모두가 궁금했다.(중략) 그렇게 묻고 싶은 충동은 열매의 외로움과 관련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았다. 그런 질문은 결국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음을.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가 절대 유기되지 않겠다는 자기 보호로 이끌었고 그렇게 해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나서는 아주 깊은 외로움이 종일 열매를 붙들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마음이나 육체, 때론 삶 자체를 소모하고 말아야 끝날 듯한, 익명의 손들에 대책 없이 쥐어지는 거리의 전단지처럼 남발되는 외로움.(p.152)"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스위치를 꺼 버리는 건 상처받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배우는 방어 기제였다. 하지만 그렇게 처내 버린 감정은 반드시 돌아오게 마련이었다. 일렁이는 물결처럼.(pp. 162~163)
- 심리학적 표현이다.
"어저귀는 숲의 모든 것들은 친교 속에 존재한다고 했다. 나무만 해도 뿌리와 뿌리가 맞닿고 흙 속의 곰팡이가 연결선을 만들면서 안부를 전하고 서로 위급한 신호를 보내고 영양분을 빌려주기도 한다고, 자기 몸에서 태어난 어린 묘목을 볼보며 오래된 지혜를 나누어 주는데 숲의 동물들고 그런 나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이렇게 세상 모든 존재들이 우주 속에서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지만 인간은 오래전 이탈해 자기들만의 방식을 선택했고 지금이 그 결과하고 했다. 다만 몇 몇 인간들은 그런 관계를 시초에 가깝게 유지한 채 존재하는데 어저귀도 그중 하나였다. (p.167)"
- 이 표현을 읽으면서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라는 책 내용과 유사한데? 하고 생각했더니, 후기, 작가의 말에서, <어머니나무를 찾아서>에서 참고했다고 씌여있었다. 같은 책을 읽고도 그 내용을 소설화 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분들은 작가의 감수성으로만 씌여질 수 있는 문장들이다.
"여름을 완주하고 이제 잎 색을 바꾼 나무가 그런 열매 위로 밤공기를 사뿐히 내려놓았다.(p.208)"
"위로로 아래로도 간 빼 먹으려는 자라가 그리 용을 써 봤자 못 가져가는 게 토 선생 간이고 마음인 겨. (할아버지믜 말. p.212)"
- 최양락이 할아버지 목소리를 연기했다니, 최양락 스타일로 읽어보시오~~~ 용을 써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라니. 참.
끝으로,
이 책 뒷부분에 씌여진 박정민의 인사말을 들어보자.
" 이 책은 시각장애인들을 첫 독자로 모시고자 ‘듣는 소설’즉 오디오북으로 먼저 제작되었습니다. 장애인 독자분들께서는 국립 장애인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비장애인 독자분들께서는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오디오북의 세계로 들어와 보세요, 그곳에는 상상 이상의 진짜 완주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적극 추천드립니다." (출판사무제 박정민)
우리 삶의 뜨거운 여름, 힘겹고,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우린 다시 일어설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첫여름, 완주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잃어버리고, 삶의 뿌리가 뽑혀버린 사람들은 서로의 뿌리를 어디로 향하게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