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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 책· 영화. 그리고 채움과 비움.
책을 친구삼아

여자전

by 비아(非我) 2026. 5. 6.

-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출판

- 2021년판(2007 초판)

 

 

한국 현대사를 맨몸으로 헤쳐 온 여자들의 이야기. '내 살아온 사연을 다 풀어놓으면 책 열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흔히 말하는, 역사 속 이름 없는 일곱 여자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 지도 모른 채 한국현대사의 복판으로 던져졌다. 해방이 되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몰랐고, 전쟁이 일어났지만 누가 누구를 향해 총을 쏘고 있는지도 몰랐다.

피난길에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산에 올랐다가 동상으로 발가락이 빠져버린 지리산 빨치산 하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만주에 갔다가 중국 팔로군이 되어 마오쩌둥의 대장정에 참여한 뒤 중공군의 자격으로 한국전쟁에 투입됐던 여자 군인 하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차에 올라탔다가 만주에서 일본 군인의 성노예 생활을 하느라 자궁까지 적출당한 위안부 하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애절한 삶 속에는 한국 현대사의 파편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내 인생이 처절했노라고 한숨 쉬고 앉아 있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 속에 내던져졌지만 두 발로 똑바로 서서 수난의 세월을 헤쳐 나왔다.

자신의 인생을 가꾸고 이웃의 인생에 애정을 베풀며 살아왔다. 그것은 무슨 무슨 이념 때문도 아니고, 거창한 역사의 진보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오롯이 휴머니즘, 인간애다. 이렇듯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 수난을 털어내는 유머를 껴안고 살아온 일곱 명의 인생행로는 한국 사회가 전쟁과 분단, 가난과 독재를 딛고 발전하는 힘의 바탕이었다.

 

--------------(출판사 책소개)--------------------

 

난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아픔을 느꼈고, 견뎠는가를.

 

그러나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의 윗세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어무도 뼈아픈 역사속을 헤쳐나온 삶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할머니 세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을거쳐, 6.25를 지나고 분단의 아픔과, 현대역사의 비극 광주사태를 겪는 세대들이다.

민주화운동으로 자식들이 데모로 다치고, 고문으로 죽어감을 보아온 세대이기도 하다.

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으로 , 삶 전체로 경험하며 겪고, 이겨온 사람들.

이 책은 그런 현대사를 살아온, 그럼에도 살아남은 일곱명의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민초들은 달리 민초가 아니다

밟아도, 바람에 쓰러져도, 뜨거운 태양에 몸이 타들어가도

다시 일어서고, 살아남은 끈기와 생명력

그래서 민초다.

 

현재의 삶이 힘들고 버겨운 현대인들에게

일곱 여자들의 삶은 희망과 용기를 준다.

그래, 힘내서 살아보자

이렇게 굳건히 인간애 하나로 버틴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도 현대사 속에서 굳건한 나만의 여자전을 써내려가보자.

힘내서.

 

현대사를 이겨온 할머니들에게 바쳐진 이 헌사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길 바래본다.

그리고 오늘을 만들어준 우리 역사속의 모든 고된 삶들을 우리가 기억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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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한 세상을 아프게 견뎌낸 자의 삶엔 목리 같은 지문이 생겨난다.(p.7)

-꽃도 그렇고 사람 얼굴도 그렇고 자세히 봐야 아름다움의 참모습이 드러난다고 했던가, 고통도 그렇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아픔이 느껴진다. 얼핏 보면 그냥 잘라진 손가락일 뿐이다. 뜽어진 살점과 흩뿌려진 피와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은 바짝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pp.8-9)

 

-한 사람의 인생의 무게는, 곡절 속을 허쳐나온 개인의 체험은, 그 나라 역사에 깊이와 부피를 덧얹는다. (p.49)

우리를 훑고 지나간 모든 감각들이 무의식에 가라앉듯 한때 살았던 땅의 기억도 발음의 습관으로 남아 우리 혀끝을 질기게 휘감는다.(pp.196-197)

 

보통사람은 감정을 돌에 새겨, I hate you라고, 집착이지, 거기 크게 얽매일 수밖에 없어, 수행을 한 사람은 모래 위에다 글을 써. 파도가 오면 글씨는 곧 쓸려나가버리지, 그만큼 자유로워지는 거야, 도인은 물 위에 글씨를 써. 쓰는 순간 지워지지. 부처는? 부처는 허공에다 쓴다고. 부처라도 아예 쓰지 않는건 아니지, 써도 아무 자취가 남지 않는 것일 뿐.” (p.219. <난 기생이다, 황진이다. 혁명적 예술가다.>- 황진이보다 더 치열했던 춤꾼 이선옥 편에서 이선옥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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