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희 역사소설 1~10권
- 한길사 출판
- 1996년판
오래되어 누렇게 떠 버린 '혼불'을 다시 집어 든 이유는 박경리의 '토지'를 다 읽고 나서 부터다.
2020년에는 '토지'와 '혼불' 그리고 '문신(윤흥길 장편소설)' 이렇게
일제치하의 민중의 삶을 그린 소설들을 다시 읽는 일로 보냈다.
'토지'와 '문신'은 쉽게 읽혔는데 반하여
이 '혼불'을 읽는데는 정말 몇 달이 걸렸다. (낮에는 다른 책을 읽고 , 밤에 잠자리에서만 읽는 탓도 있지만...)
'혼불'을 읽는데는 정말 많은 노고가 들었다.
문장 문장이 한자어를 사용하여 이루어진 탓도 있지만, 줄거리나 사건, 인물 중심으로 써진 다른 소설들과 달리
이 소설은 시종일관 무슨 학술서처럼 다루고 있어 하나의 설명을 읽는데 많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한자어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읽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 우리 민족이 가꿔온 세시풍속·관혼상제·음식·노래 등은 물론이고 민중이 살아가는 모습 자체를 세밀화처럼 묘파하여 선조들의 숨결과 손길과 염원과 애증이 선연히 살아나도록 재현했다. 뿐만 아니라 민속학·인류학적 기록에 버금가는 민족의 표상을 모국어로 생생히 복원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
- 이렇게 소개하고 있는 '책소개'에서 처럼, 세밀화 처럼 만연체의 문장을 긴 숨으로 읽기는 벅차다.
이 소설을 하나의 자료처럼 연구 대상으로, 국문과 학생들이나 국어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훌륭한 소설임에는 틀림 없지만.
소설문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다분히 시적인 문장들은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더더욱 대충 읽어버리기에도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긴 숨으로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 읽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다른 것은 놔두고 일제시대의 민중의 삶을 묘사한 줄거리와 인물만을 놓고 보면
'토지' '혼불' 그리고 '문신' 이 세소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일년 내내, 일제시대의 동일 한 배경속에서 세 소설을 가지고 씨름하다보니
머릿 속에서 그 시대의 인물들이 다양하게 뒤 엉커,
일제의 수탈에 쫒겨, 간도에 가면 이 인물, 저인물이 있으니 피신을 하면 될텐데...하면서 혼자 머릿속으로 세 소설의 인물들을 한 공간에 배치하고는 했다.
몇달을 '혼불'을 읽기가 싫어서 밤마다 책을 읽지 않고 드라마에 빠져 있기도 하면서,
정말 어렵게 이 소설 다시 읽기를 마쳤다.
'헉' 쓴 작가도 '혼'을 불살라 쓰고,
'헉', 읽은 우리도 '혼'을 불살라야 겨우 읽을 수 있는 대단한 책이다.
(추신) 옛날에 이 책을 젊어서 읽고는 나의 머릿 속에 이상하게 이 이야기의 배경이 이조시대였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아마도 너무도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이조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탓에 있을 거다.
우린 조상들의 무엇을 이어 받아 계승해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많은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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