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 오스터 장편소설
-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출한
- 1989년판
- 내가 이 책을 읽게된 것은 머리를 식힐겸 소설을 읽어보려 도서관에 들렸을 때, 그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 달의 궁전'이라느 제목이 환상적이지 않은가? ㅎ ㅎ
-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 이 책은 황당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어서 끝까지 잘 읽었다.
달에서 지상으로 현실세계에 뿌리를 박는 다는 것이 모든 삶에서 어렵다.
'태양은 과거고 세상은 현재고 달은 미래다 (p.142)' 라는 글 처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튼튼한 디딤이 있는 후에 가능한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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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달의 궁전』은 자신의 삶을 극단으로 몰아감으로써 배우는 세 탐구자들의 초상화를 매혹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자신의 삶이 거의 다 사라질 때까지 계속 소진시키며 살아 가는 젊은이 마르코 스탠리 포그, 이미 한 번의 삶을 말살하고 자신을 재창조한 노인 토머스 에핑, 그리고 비대(肥大)해지면 비대해질수록 점점 더 작아져 가는 슬픈 운명의 중년 남자 솔로먼 바버. 그들 모두는 이지러졌다가 다시 차는 달처럼 슬픈 운명에 이끌려 퇴락의 길을 걸은 뒤 다시금 성장할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이 3대의 이야기가, 시간적으로는 20세기 초반에서부터 후반까지, 공간적으로는 혼잡한 도시에서부터 황량한 변경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을 가로질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적절하게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다. 그때그때에 맞는 시간적 배경들과 허구적 인물들의 있을 법하지 않은 운명이 잘 맞춰진 톱니바퀴처럼 어울려 돌아가고 있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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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나는 무엇을 보는가? 그리고 보이는 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것인가? 세상은 눈을 통해 우리에게로 들어오지만, 우리는 그 이미지가 입으로 내려가기 전에는 뜻이 통하게 할 수 없다. 나는 그 거리가 얼마나 먼지를 올바르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어던 사물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위해 얼마나 멀리 여행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실제적인 의미에서 그 거리는 6~7센티미터에 불과했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와 손실이 생겨나는지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지구에서부터 달까지의 여행이 될 수도 있었다. 에핑을 상대로 한 내 첫 번째 시도는 흐릿한 배경을 스쳐 가는 한심할만큼 모호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내게 아주 익숙한 것이엇 나는 그것들을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의 가변성, 즉 그것들이 빛의 강도와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과 그것들의 모습이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 말하자면 그 옆을 지나치는 사람이나 갑작스러운 돌풍, 이상한 반사 등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었고 비록 벽을 구성하는 두 장의 벽돌이 아주 똑같아 보인다고 하더라고 그것들은 동일한 것일 수가 없었다.(...)모든 무생물은 분해되고 있었고, 모든 생물은 죽어가고 있었다. 격렬하고 열광적인 분자들의 운동, 물질의 끊임없는 폭발과 충돌, 그리고 모든 사물의 표면 밑에서 끓어오르는 혼돈......(pp.178~179)
- 결국 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말이 할 일은 그가 사물들을 가능한 한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말이 입 밖에 나오는 순간 사라지게 해야 되었다. 내가 말하는 문장들을 단순화하고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부수적인 것을 분리할 줄 알기 위해서는 몇 주인 동안의 힘든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어떤 사물 주위로 더 많은 여유를 남겨 두면 남겨 둘수록 그 결과가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나하면 그럼으로써 에핑이 자기 스스로 결정적인 일, 즉 몇 가지 암시를 기초로 해서 이미지를 구성하고 내가 그에게 설명해주고 있는 사물을 향해 자신의 마음이 여행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