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것이 무엇일까?
없는 시간을 내어, 없는 돈을 쥐어짜서, 모처럼, 혹은 평생 이곳은 다시 못와볼테니까?...등등의 이유로 많은 곳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한 곳에 머물러 여유롭게 즐기고, 천천히 쉼을 갖는 것도 우린 여행이라 한다.
남미처럼 거대한 땅에, 너무도 둘러볼 곳이 많은 곳은 한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동안 우린 무엇을 기대하며 가는 걸까?
내가 정말 보고 싶은 곳, 그래서 꼭 가보거나, 경험하고 싶은 것을 추린 후, 그것을 충족해주는 여행사를 택하고, 그리고는 그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즐겨야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여행이 된다.
한번 선택한 여행사의 스케줄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면, 그리고 단체로 여러 사람과 함께 움직이게 된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생각하지 못한 변수(비행기가 연착하거나,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물건을 잃어버려 함께 기다리며 찾아야 하거나...등등)가 생겨 보아야 할 곳에 들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헛되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포기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즐거움은 달라진다. 그래 이런 것도 경험이니까...하고.
그러나 뻔히 보이는 동선의 미룸이나 가볼 수 있는 곳에 가지 않고, 적당히 떼우려는 가이드의 의도를 볼 때는 말하지 못하는 화가 치밀어 오르곤 한다. 왜 저렇게 닳고 닳은 수법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건지 이해하지 못할 때는 더더욱. 마치 ‘너희는 이곳이 처음이니까 잘 모르겠지?’하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모두에게 읽히는 데도 떠나기 전에 이미 많은 곳을 사전에 검색하고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 넘기며 우릴 바보로 만드는 그 행태들은 용서가 안되기도 한다.
아무튼 여행이란 그런거다. 많은 사람들의 많은 움직임과 경험을 읽게되는.
같은 상황에서 대처하는 각기 다른 표정과 말들.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느끼고 생각하는 다 다른 생각들. - 팀원이 처한 어려움을 내 것처럼 받아들이고 도우려는 사람과, 그로인해 받는 시간상의 낭비에 짜증을 보이는 사람까지. 여행을 함께해서 기쁨을 느끼게 하는 사람과 여행의 기쁨을 반감시켜 버리는 사람도. 자신이 팀 전체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과 작은 피해라도 줄까 늘 전전긍긍하는 서로 다른 성격들-을 만나게 되는, 어쩌면 일상으로부터 도망쳐서 또 다른 사람군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낮선 땅, 낮선 사람들 속에서 혼자 부딪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패키지 여행이라는 무리 속으로 밀어넣어, 무리로 함께함으로써 스스로를 방어하는 일종의 본능적 생존양식일거다.
한달의 긴 남미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진을 보고, 일정을 검토하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는 또 다시 다른 여행들과 비교해보고, ‘이런 곳을 안갔네.. 이런 점이 아쉽네...’하며, 긴 여정 속에서 비우지 못한 속된 마음이 또 다시 일상의 군더더기를 묻힌다.
‘도대체 왜 여행을 간거야?....아무 것도 광활한 대자연 앞에 비우지도 버리지도 못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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