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에르노 지음
- 청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판 (1987년작)

무미하고 날카로운 문장들이 끌어내는 감정의 지평
『한 여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10여 개월에 걸쳐 쓴, 자신의 어머니이자 한 시대를 살다 간 한 여자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감정과 회한의 무게에 짓눌리는 법 없이 분석적이고 객관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고자 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에르노의 작품은 개인의 감정을 주관적으로 그리는 수사학적 장치가 없음에도 감동이 한없이 지평을 넓혀 가는 신비롭고도, 전혀 색다른 문학적 경험을 선사한다
----------(출판사 책소개에서)---------------------
<책속으로>
- 나는 어머니의 폭력, 애정, 과잉, 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려고 한다. 그러한 글쓰기 방식은 내보기에 진실을 향해 다가서는 것이며, 보다 일반적인 의미의 발견을 통해 개인적 기억의 고독과 어둠으로 부터 빠져나오게 돕는 것이다. (p.51)
- 나는 사회적 관습들, 종교적 제례, 돈을 경멸하기 시작했다. 행보와 프레베르의 시들을 배껴 적었고, 브라생스의 <졸지 않은 평판>을 들었고, 권태를 알아 가고 있었다. 나는 내 부모가 부르주아들이기라도 한 양 낭만적인 방식으로 청소년기의 반항을 겪고 있었다. 나는 이해받지 못하는 예술가들과 스스로를 동일시했다. 내 어머니로서는 반항한다는 것의 유일한 의미는 가난을 거부한다는 것이었고, 그 유일한 형식은 노동하고 돈을 벌고 남들만큼 훌륭하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어머니가 나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나 역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씁쓸한 비난이 비롯됨 <누군가 너를 열두 살에 공장에 넣어 버렸다면 너도 그렇게는 못할 거다, 넌 네가 누리는 행복을 몰라> 그리고 또, 종종 나에 대한 분노 섞인 생각, <저런 물건이 사립 기숙 학교엘 다니다니, 다른 것들보다 더 나을 것도 없건만>
어떤 순간들에는 자기 안ㅍ에 있는 딸 속에 계급의 적이 있었다. (p.65)
- 나의 어머니는 이 세계에 대해, 훌륭한 교육과 우아함과 교양이 그녀에게 불러일으킨 찬탄과, 자신의 딸이 그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을 보며 느끼는 자부심과, 겉으로는 절묘한 예의범절을 보여 주면서 속으로는 자신을 경멸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쫒겨나서는 안 된다.> 이 한 문장, 결혼식 전날 내게 말했던 이 한 문장. 그 속에서, 자신이 그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과 여전히 나를 그러한 감정에 결부시키고 있음(그러한 감정이 지워지려면 아직도 한 세걔가 더 지나가야 했던 모양이다.)이 전부 드러남, 그리고 몇 년전에 나의 시어머니에 대해 한 말, <우리처럼 자라지 않았다는 게 훤히 보인다>
어머니는 자시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랄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이 주려는 것으로 사랑받기를 바랐다.(p. 72)
- 내가 청소년기에 <우리보다 더 나은 환경>에 놓였을 때 느꼈던 불편함, 그 감정을 그녀가 내 집에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마치 <열등한 사람들>만이 다른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차이점들로 힘들어한다는 듯이). (p.79)
- 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내 유년기의 그 여자와 같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가슴팍이 파란 실핏줄들로 덜여 있었다.(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