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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친구삼아

최승자 시인의 시집들

by 비아(非我) 2013. 10. 3.

 최승자 시인의 시집들

 

황지우, 이성복, 김정환, 김혜순, 김승희 등과 함께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자기만의 시언어를 확립하며, 기존의 문학적 형식과 관념을 보란 듯이 위반하고 온몸으로 시대의 상처와 고통을 호소해온 최승자의 시는 이전의 시에 대한 그리고 당대 사회에 대한 ‘전복’ 그 자체랄 수밖에 없었다. 기존 여성시의 전통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강렬한 개성, 고정된 이미지의 틀을 뛰어넘는 대담하고도 충격적인 언어 구사는 시인을 둘러싸고 있는 위선의 세계를 향해 내뱉는 저주와 치욕, 자기 부정, 자기 모멸감으로 가득 찬 위악의 몸부림이었던 탓이다

....... <출판사 리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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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한없이 흘러가다보면

나는밝은별이 될수있을것같고

별이바라보는지구의불빛이될수있을것같지만

어떻게하면푸른콩으로눈떠다시푸른숨을쉴수있을까

어떻게해야고질적인꿈이자유로운꿈이될수있을까

-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회색하늘의 단단한 메니아판 속에는

지나간 날의 자유의 숨결이 무늬져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청계천엔

네 허망의 밑바닥이 지하 도로처럼 펼쳐져 있다.

내가 밥먹고 사는 사무실과

헌책방들과 뒷골묙의 밥집과 술집,

낡은 기억들이 고장난 엔진처럼 털털거리는 이 거리

내 온 하루를 꿰고 있는 의식의 카타콤.

꿈의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돼지처럼 살찐 권태 속에 뒹굴며

언제나 내가 돌고 있는 이 원심점.

때때로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튕겨져 들어와 돌고 있는 원심점.

<그것은 슬픔>

-  『청계전 엘리지』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에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天性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가려감고

내 슬픔의 毒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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