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과 현기증
- 로제 카이와 지음
-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판
<책소개>
현대 프랑스 대표적인 사상가로 꼽히는 로제 카이와는 놀이와 문화의 상광관계에 주목, 인간을 열광케 하는 놀이의 영역을 '경쟁(아곤)· 운(알레아)· 모의(미미크리)·현기증(일링크스)'이라는 매우 독창적이고 새로운 범주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 문화의 발달을 고찰한다.
놀이의 정의와 분류, 그 사회적 역할 등 놀이라는 인간의 비합리적 활동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방대한 자료를 기초로한 '놀이를 통해 본 문화론'으로서 원시하쇠에서 현대사회까지의 서로 다른 문화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출판사 책소개 중에서)--------------------------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이유는 '놀이가 주는 이점'에 관한 세미나에서 누군가 추천해 주어서 보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주제가 아니어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추천한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기나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이 책은 놀이가 인간발달에 미치는 영향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문화 속에 존재하는 놀이의 영역과 분류(?)' 서에 더 가깝다.
(사회학이나 문화학이론 쪽에 가깝다고나 할까?...)
저자 나름의 용어를 사용하여 놀이를 분류하고, 각 놀이가 가지는 문화적 특성들을
방대한 자료와 문화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기보다는 학술서에 가깝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다.
처음 '1장의 놀이의 정의'는 번역에 문제인지, 다소 만연체의 문자에다, 부수적 설명까지 늘어져 있어서 읽기가 만만치 않은데다, 저자 나름의 '우연놀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바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이해가 없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대로 그 넘기고,
2장 부터는 점점 흥이가 일기 시작하여 장을 넘기면서 '어, 정말 재미있네!'하고 빨려들어가며 읽게 된다.
그러니 그 냥 딱딱한 1장은 넘기고, 2장부터 읽고, 2부가 끝나면, 다시 1장을 읽으면 , 아주 내용이 쉬워진다.^^
'3부로 쓰여진, 보충하는 글'은 지금까지의 다양한 놀이에 관한 이론(교육학, 수학자입장에서 혹은 '호모루덴스'같은 문화이론서에서 주장한)들을 비교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분석적 글읽기를 하지 않을 사람은 안 읽어도 무방하다.
( 유희적인 것과 성스러움을 관련시킬 수 있는 사실을 인정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다.(p.255)- 라고 하면서 잘난체^^도 한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나면, 혹은 읽으면서, 우리가 쉽게만 생각했던 '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문화 전반에 걸쳐있으며,
그 관련성이 밀접한지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즐기던 여러 행위들이 놀이에 해당하고, 그 것이 문화를 이루어 왔음도 돌아보게 된다.
<책속으로>
"놀이 원리의 타락은 모두 불안정하고 애매한 약속의 파기로 나타난다. 그러한 약속을 부정하는 것은 유익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항상 자유이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어도 약속을 받아들이는 것이 문명의 진로를 연다. 놀이의 원리들은 강력한 본능(경쟁, 행운의 추구, 모의, 현기증)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본능들이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만족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상적이고 한정된 조건- 놀이의 규칙이 각각의 경우마다 지시하는 조건-속에서만이다. 이 기본적인 충동들은 자기멋대로 내버려두면, 모든 본능과 마찬가지로 결렬하고 파괴적인 것이 되며, 거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놀이는 본능을 억제하며 그것에게 제도적인 존재를 받아들이게 한다. 놀이는 본능에게 형식적이고 한정된 만족을 주면서 본능을 훈련시키고 기름지게 하며, 아울러 본능의 독성으로부터 혼을 지키는 예방주사를 놓는 것이다. 동시에 본능은 놀이 덕분에, 문화의 여러 양식을 풍부하게 하고 정착시키는 데 유익한 공헌을 할 수 있게 된다.(P.92)"
미미크리=일링크스의 조합의 영향력을 거부라고 그 대신 능력과 운, 즉 아곤과 알레아가 함께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 그 시도는 직선적이며 똑같은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길로서, 시험해보고 탐험하는 끝이 없는 길이다 이것이 바로 문명의 모험이라는 것이며, 이 (미미크리=일링크스와의) 결별이 결정적인 혁명을 수반한다. 그리고 이 거부가 처음에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의 효과 밖에는 가져오지 않지만 혁명에 대한 정확한 기술 속에는 그 결별이 포함되지 않으면 안된다.(p.185 내용 요약)
훌륭한 플레이어 : 돌발적인 사태를 기꺼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자기에게는 불운을 불평한다거나 불행을 슬퍼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아는 자이다. ’ 상당한 침착성을 갖고서 놀이영역과 생활영역을 혼동하지 않는 자이다. 가령, 진다 하더라도, 자기에게 놀이는 놀이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여주는 자이다. (p.258)
전쟁에도 심지어는 전투의 한복판에도 문화가 있다. 놀이요소의 상실이나 거부는 문자 그대로 야만상태에 이른다. 놀이, 페어플레이가 없다면 또 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자발적으로 존중되는 약속이 없다면, 문명은 없다. 승리할 때 자제하고 패배할 때 원한을 품지 않으면서, 즉‘ 훌륭한 플레이어’로서 순순히 공명정대하게 이기거나 지는 것을 원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할 줄도 모르는 곳에는 문화라는 것이 없다. (p.261)
속임수를 쓰는 자보다 더 나쁜 자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규칙을 조롱하거나 규칙에는 근거가 없다고 말하면서 놀이를 거부하거나 경멸하는 자이다.(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