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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친구삼아

나무소녀

by 비아(非我) 2022. 10. 22.

- 벤 마이켈슨 지음

- 홍한별 옮김

- 양철북 출판

- 2009년판

- 청소년 문고

 

 

<출판사 서평>

 

라틴아메리카 인디오 마을의 평화로운 삶을 깨뜨린 과테말라 내전,
그 전쟁의 소용돌이에서도 끝끝내 꿈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한 마야 소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

과테말라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꿋꿋하게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은 한 마야 소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 사랑하는 가족과 동포들이 군인들의 손에 무참히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눈물을 머금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가브리엘라가 자신과 민족에 대한 긍지와 꿈을 잃지 않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가브리엘라는 인디오 마을에서 아홉 식구와 함께 살아가는 소녀. 풍족하지는 않지만 자연의 품에서 날마다의 삶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나무타기를 무척 좋아해서 ‘나무소녀’라고 불리던 가브리엘라는 “나무를 붙들듯이 네 꿈도 꼭 붙들어라.”라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하늘에 더 가까이 다가가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 위에 숨어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학살을 목격한 뒤, 다시는 나무에 오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가족을 모두 잃은 가브리엘라는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굶주림과 공포에 시달리며 멀고 험한 길에 오른다. 그리고 마침내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다시 새로운 삶에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전쟁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전쟁의 본질을 가리는 데 초점을 맞추거나 역경을 딛고 선 소녀의 이야기만을 다룬 책은 아니다. 가장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어느 날 이유도 없이, 아무 잘못도 없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작은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아가던 인간적인 공동체, 그 어떤 제도나 명분을 위해서도 이들의 삶을 파괴할 권리는 없음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가의 항변이 크게 다가온다. 오늘날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서 체제나 발전,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폭력’이, ‘다수’와 ‘힘’이라는 이유로 정당성을 가지는 많은 것들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무시하거나 짓밟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고 값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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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너무나 당연하게 존중받고 존중해야 할 공동체가, 순박한 사람들의 삶과 지혜의 터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마야 인들의 삶과 생각을 통해 보여 주면서 ‘전쟁’의 의미를 묻고 참혹성과 광기를 고발한다. 그리고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고향 마을로 돌아가, 어린시절 그 곳에 남겨 두고 온 아름다움을 다시 찾을 거다. 그 아름다움은 이미 내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과 같을 것이다.”라고 되뇌는 소녀의 입을 통해.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조상들이 남겨 준 노래, 한밤 영혼이 고요하게 가라앉을 때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민족의 노래’를 찾을 것이라는 소녀, 가브리엘라의 마음을 통해.

또 한 가지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의 힘과 야망이 한 작은 나라에 살고 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무참하게 짓밟고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를 실화를 바탕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폭력과 전쟁을 마음으로 느껴보고 생각을 정리해볼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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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약속이란 미래에서 빌려오는 것이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p.67)

 

-무엇이든 네가 선택해서 네 날개로 탄 바람이 옳은 거다. 지금 우리의 관습이나 이름 중에는 마야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지 않은 것도 있어. 여러 줄기의 바람에서 나온 거지. 어떤 바람을 타고 날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야.”

 

- 훌륭한 선생님은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아니라 어린 여자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유로 그 생각을 무시하기 않는 사람이다. 좋은 선생님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인다.(p.180)

 

- 나무 소녀는 아주 특별해, 겁쟁이가 아니야,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스스로를 나무라지 않아. 나무소녀는 높이 올라가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지, 그렇지만 올라가면 새들을 누리기 위해서 나쁜 일을 겪ㅇ야 할지라도 그걸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어, 희망을 찾기 위해 어떤 고통에도 굳세게 맞서지, 삶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찾기 위해 어떤 고통에도 굳세게 맞서지, 삶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찾기 위해 추한 것들을 만날 위험도 무릅쓰고, 나무소녀는 다른 사람들은 무서워서 감히 덤비지 못할 때에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어.(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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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콰테말라)의 아픈 역사는 마치 우리나라 제주의 4.3 항쟁을 생각하게 한다.

아픈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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