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하 장편소설
- 복복서가 출판
- 2022년판
김영하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 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좇는다.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난생처음 날것의 감정으로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한다.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따뜻한 우정도 싹틔운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교보문고 책소개에서)------------------------------------
점차 모든 것이 인공지능에 의존되는 인간의 삶의 끝자락에는 무엇이 남을까?를 고민하고
'진정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구별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고민들은
계속 있어왔고, 지금도 끝임없이 묻게 되는 질문이다.
'인간을 규정하고,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그저 철학적 이론이 아닌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는 진정 이야기꾼이라 할만하다.
이 지구상에 의식있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의 의미가
생명체가 아닌 물체이어도 존재로써의 의미가 있을까?
내가 인공물체를 내 팔에 달았을 때, 그 팔은 나인가?
장기를 이식하면 그 장기를 품고 사는 나는 나인가? 아니면 장기를 이식해준 사람의 장기인가?...
유전자 배양으로 태어난 인간은 인간이라 볼 수 있나? 아니면 장기를 제공해주는 클론에 불과할까?...등등
과학의 발달로 더더욱 커지는 의문들에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 "이 아이를 살려서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다시 겪게 할 것인가요? 그게 정말 윤리적으로 올바른 선택일까요?"(p.150)
"제 생각은 달라요, 이 우주에 의식을 가진 존재는 정말 드물어요, 비록 기계지만 민이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 감각과 지각을 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해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어요, 고통도 느꼈지만 희망도 품었죠,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고, 그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동안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요"(p.151)
* 달마와 선희의 대회 중에서
-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는 행운을 누렸다면 마땅히 윤리도 갖춰야 해, 세상의 고통을 줄이려 노력해야지,
어디까지가 ‘나’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네가 고모라고 불렀던 그 여자는 너의 장기를 이식할 생각이었잖아? 애당초 클론은 그런 목적으로 생산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그럼말이야. 예를 들어 새로운 몸을 가지고 다시 태어날 민이는 예전의 그 민이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어디까지 ‘나’일까? 팔도 교체할 수 있다면, 그 부분들은 ‘나’가 아닌 거잖아, 그게 없어도 나는 나일까?"
"뇌가 그 경계일거야, 의식은 거시서 생겨나니까"
"그런데 어떤 사건으로 기억을 모두 읽기도 하고, 사상이나 가치관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하잖아, 또 약물에 중독되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도 그것은 그대로 나일까? 나일 수 있을까?"
(pp.200~201) *선이와 철이의 대화중에서
-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을 직시하는 데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육신 없는 삶이란 끝없는 지루함이며 참된 고통일거라고도.(p..268)
- 내가 내 자아를 독립적으로 유지하며 소통할 수 있는 개별적인 존재 (p.275)
- 인간이 인간이게하는 개별적 존재로서의 의미는 내 자아를 독립적으로 유지하며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가는 작가의 말에 얼마나 동조할 지는 읽는 독자의 몫이다.
또한,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지구상의 괴로움을 없앨 사명이 있다는 말에도. 괴로움을 더하는 삶이나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렸다고도 할 수 있는데, 과연 그럴까?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탐욕이 지구상에서의 인간의 삶을 소멸시키기 전에 우린 어떻게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우주에의 신비에 다가가는 삶을 살아야 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제는 작가의 문제제기를 우리고 깊이 고민하고 나누어야 하는 시기에 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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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천 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 속에서 살아보게 해주었다. (p.276)"
작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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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휴머노이드는 세계 어디서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계들은 더 이상 인간을 닮은 무언가를 만들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p.292)
"인류는 오랫동안 왜 외계인들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을까 궁금해했잖아? 나는 그들도 이야기 없는 의식의 세계로 이미 진화했다고 생각해, 너무 발전한 나머지 굳이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날 필요가 없는 거야, 삶과 죽음의 문제를 오래전에 초월했으니까. "(pp.20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