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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친구삼아

4321

by 비아(非我) 2024. 1. 25.

- 폴 오스터 장편소설

- 1권(p.806) / 2권(p.735)

- 열린책들 출판

- 2023년 판

 

 

(책소개) 반세기 넘도록 소설, 에세이,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 온 폴 오스터. 오늘날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가 국내에서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4 3 2 1』은 오스터의 전 작품을 통틀어 가장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크나큰 야심에서 탄생한 역작으로, <폴 오스터 최고의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그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한 편의 대서사시와도 같은 이 성장 소설은 주인공 아치 퍼거슨의 삶을 탄생 전후부터 청년기까지 네 가지 버전으로 세밀하게 그려 내는데, 곳곳에 작가 본인이 살아온 삶이 녹아 있다. 퍼거슨은 네 개의 평행한 삶들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선택할 수 없었던 것에 따라 서로 다른 관계와 사건과 우연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며 자라난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경험하는 기쁨, 공포, 욕망, 분노, 혼란은 1950~1960년대 미국의 요동치는 정치적, 문화적 흐름에 섞여 들고, 그렇게 퍼거슨의 이야기는 시대와 개인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작품을 이룬다. 1천5백 면이 넘는 분량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휘몰아치는 드라마, 인물의 생각과 감정이 살아 숨 쉬는 문장이 독자를 단숨에 빨아들여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한다.

 

---------------------------------------------(출판사 책소개에서)--------------------------------------------------------

 

 퍼거슨은 1947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한 어머니와 가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함께 유년기를 보낸다. 그의 삶은 주변 환경과 인물들의 변화에 따라 갈림길에 서게 되고 4개의 퍼커슨( 퍼거슨-1, 퍼거슨-2, 퍼거슨-3, 퍼거슨-4 )은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쪽의 퍼거슨은 아버지가 사고로 죽거나, 사업이 망하거나, 대성하기도 하고, 어머니는 사진사로 대성하거나 사진일을 접기도 한다. 부모는 평안하게 살거나, 이혼을 하거나, 재혼을 한다. 그 때마다 퍼거슨이 접하는 환경과 만나는 사람들은 달라진다. 퍼거슨 자신은 글을 쓰지만, 소설을 쓰기도하고, 번역을 하기도하고, 기자가 되기도 한다.

 퍼거슨의 삶에는 또한  사회적, 정치적 상황들- 냉전, 케네디 암살, 인종 갈등, 흑인 민권 운동, 베트남 전쟁 -이 영향을 미치고, 부딪히는 상황 속에서 퍼서슨의 선택과 횅동은 달라지고, 그에 따른 그의 삶도 달라지게 된다.

 

길지만 이 책의 내용을 함축하는 <퍼거슨4의 마지막 독백을 읽어보자.

  

"그는 의식이 생긴 후로 줄곧, 그런 갈림길을 선택받은 길과 선택받지 못한 길들을 같은 사람이 같은 시각에 걷고 있다는 그 평행성을 감지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과 그들의 그림자 같은 사람들, 지금 이대로의 세상은 진짜 세상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느낌, 현실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일어 나지 않은 일 들로도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나의 길은 그 어떤 다른 길들보다 더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단 하나의 몸 안에 살아 있는 것의 고통은, 어떤 주어진 순간에 단 하나의 길위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 다른 길을 선택하고 완전히 다른 곳을 향해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었다."(pp.729~730)

 

우린 삶을 살아가면서 '그 때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다른 선택, 다른 행동을 했더라면 나의 삶은 지금과 어느 정도 다른 모습이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어느 시인이 '가보지 않은 길이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지금의 선택보다, 그 때 다른 쪽을 선택했다면,,하는 후회가 가지 않은 길을 아름답게 포장하기 때문이다.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부모의 삶에 따라 환경이 바뀌고, 만나는 사람이 바뀌면서, 다른 영향을 받는 다면 성격이나 그에 따른 행동양식, 사고가 바뀌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될까?...타고난 인성이란 없고,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때 그 때 주어진 갈림질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고, 어떤 선택을 할 지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결국 4개의 퍼커슨의 삶은 하나로 귀결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는(어느 가전 제품의 광고처럼) 것'이 아니라, 나의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면, 우린 그 선택에 정말 신중해야 한다. 이런 기본 진리는 우린 너무도 잘알 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지금 한 행동이 나비효과처럼 삶 전체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늘 잊고 산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게 된다.  무거움을 어찌 짊어지고 긴장하며 살겠는가.

 

이쳐버린 사회, 폭력과 거짓만 난무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그러한 사회나 정치를 무시하고, 자신 속에 갖혀 살아가기를 선택할 수도 있고,

정의를 위해 발벗고 나설 수도 있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일 수도 있다.

특히 '난 진정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 라는 깊은 고민이 없는 청소년들(이 책이 청소년기까지 다루었으므로)에게는 갈림길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발을 내 딪는 일은 위험하다. 격동기의 몸부림치는 자아를 잘 다스려 '소를 타고'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4개의 자아와 선택, 그리고 한 공간에서 다른 시간과 삶을 살아가는 성장소설이다.

4개의 다른 이야기라면 또 다른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고,

하나의 이야기라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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