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장편소설
-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판
- 1,2,3권
노르웨이에서 온 이 자전소설은 그 매력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시적인 상상력은 거의 배제되었고 '소설 같은' 사건들도 별달리 등장하지 않는다. 시점을 뒤섞거나 전개 방식을 비틀지도 않고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시간순으로 진행된다. 위악은커녕 유머조차도 보기 어렵다. 문학이 세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사용해 온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장치들은 이 소설 속에서는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처럼 느껴진다. <나의 투쟁>은 그저 한 인생이 계속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그 인생을 통해 어떤 의미를 도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인생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게 된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풀어야 할 수수께끼도 없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삶을 계속 전개하며, 독자는 반쯤은 무의식 상태로 그 전개를 따른다. 때로 구술처럼 느껴지는, 중얼거리는 문체가 한 인간의 삶을 수백 페이지가 넘게 시간순으로 도열하는 모습은 일견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의식을 의식적으로 붕괴시킨 크나우스고르는 그 의식의 진공상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저 지하로부터 끌어올렸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개성도 없어 보이는 <나의 투쟁>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강렬한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소설은 정말로 이상한 소설이다. 이런 매력을 어디서 본 적이 있었나 계속 머릿속을 뒤지고 있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 작품의 전범은 찾아내지 못할 것 같다.
- 소설 MD 최원호 (20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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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1권
나에게 시간이란 사고로 받은 개념이 일직선상에서 움직이는 것이었다(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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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 읽지 못하고 있던 소설.
도서관에서 이 책 3권이 나란히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누가 이 책을 알아서 신청하여 이곳에 꽂혀있게 되었지?' 신기했던 책이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인 줄 알고 신청했나??
'나의 투쟁'이라는 제목이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라는 자서전을 생각하게 하여,
인터넷에 검색하면 잘 검색도 되지 않는 책이다.
그리고 위의 편집장의 소개글에서도 밝힌 것 처럼, 3권이라는 두꺼운 장편소설임에도 별다른 내용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게 된다' ㅎ ㅎ
너무도 평범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작가에게 있어 삶은 '투쟁'이었다. 마치 무슨 혁명적인 일을 하거나, 이념적 운동에 뛰어든 것도 아니고
히틀러처럼 역사에 오점을 남긴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닮았다.
아직 읽어가는 중이므로 (더위를 피해 도서관에 갈 때만 읽는다. 대여하지 않고.)
조금씩 메모하며 채워갈 생각이다.
전체적인 소감은 다 읽은 후에 수정하도록 하고,
비공개로 올려 놓았다가
히틀러의 자서전으로 오해할까봐, 일단 공개로 전환한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