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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 책· 영화. 그리고 채움과 비움.
책을 친구삼아

트러스트

by 비아(非我) 2024. 7. 7.

- 에르나 다이스 장편소설

-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출판

-2024년판

 

 

20세기 초, 월 스트리트를 지배했던 한 사람이 있다. 당시 미국의 경제 호황은 뉴욕 시민 모두에게 성공의 열차에 올라탔다는 환희와 무한한 낙관주의를 선사했다. 이 열기가 흥청거리며 공기를 떠도는 막연한 감정이었다면, 앤드루 베벨은 부의 축복 세례를 정면으로 받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된 돈을 모시며 그 신전에서 거주하는 사람이었다. 풍요의 시대가 그 탄생만큼이나 빠르게 저물며 대공황을 맞을 때에도 베벨의 재산은 계속해서 증식했다. 그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기 베벨에 대한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시선이 있다. "그는 돈의 뒤틀림에 매료됐다. 돈을 뒤틀면, 돈이 자기 꼬리를 억지로 먹도록 만들 수 있었다."라고 베벨을 묘사한 소설 <채권>. 이 소설이 공상에 의거한 악의적인 비방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을 건 베벨이 자신의 얘기를 풀어낸 자서전 <나의 인생>. 이 자서전을 대필한 아이다 파르텐자가 쓴 진솔한 후기 <회고록을 기억하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앤드루 베벨의 배우자 밀드레드 베벨이 쓴 일기 <선물>이다.

 

이 책의 커다란 매력은 글에 따라 문체와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채권>은 상류사회와 사교계를 그린 이디스 워튼의 소설을 닮았고, <나의 인생>은 타인이 언제나 자신의 말을 경청해야 마땅하다고 믿는 "위대한 미국 남자" 프랭클린이나 카네기의 자서전을 닮았다. <회고록을 기억하며>는 일상 속의 작은 어긋남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유명 에세이스트의 글을 연상케하고, <선물>은 한 곡의 재즈처럼 순간의 단상들이 휘갈겨져 있다. 독자는 네 개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숨어있는 진실의 조각을 찾아야 한다. 유례없는 번영의 시대에 대한 생생한 묘사, 돈의 속성에 대한 통찰도 깊이를 더한다. 독서의 묘미를 한껏 맛보며 탐독할 수밖에 없는 수작이다.

- 소설 MD 권벼리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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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기차를 타기 전 손에 읽을 것이 아무 것도 없어 역에 있는 영풍문고로 들어가 책 구경을 하다가

집어든 책이다.

 

이 책은 서점들 광고에서 '이동진이 뽑은 올해 최고의 소설'어쩌구 하면서 광고하길래

거부감이 들어 보고도 사지 않은 책이었다.

이런 저런 책 구경을 하다가

소설은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본다는 원칙을 깨고

골치 아픈 책은 기차에서 집중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이 책을 사게 되었다.

 

다행히 책은 누가 추천한 만큼 굉장한 몰입도로 빠져들게 했다.

4사람의 시선에서 달라 바라보이는 하나의 사건을 각기 기술하는 기법을

일본 소설 '라쇼몽'에서 보았는데,

이 책이 그런 구도를 가지고 있어서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미국 사회의 자본주의 속성과 이민자들의 삶, 그 속에 닮긴 위선 등을

금융계이 큰 손이었던 한 부부의 삶을 통해 민낯을 드러낸다.

그리고 다소의 페니미즘 적인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신 보다 우월함을 인정하지 않고, 질투하며, 가정을 돌보고, 꽃꽂이를 하며, 음악을 사랑하는 우아한 이미지로 재 창조 하려 든다.)

 

음. 잘못하면 뒷이야기의 스포가 될 것 같아, 이쯤 하고,

4개의 이야기가 달리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정말 재미있을 뿐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문장력과 세밀한 묘사의 즐거움.

그리고 우리가 느껴지는 감정과 느낌을 어쩜 이리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까지 준다.

'돈'이라는 속성 앞에 우린 경멸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낄 수 밖에 없음을,

그래서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가지는 속물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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