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 장편소설
최성은 옮김
민음사 출판
2022년판
- 2008년 폴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을, 2018년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작품.
- 스웨덴 한림원은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올가 토카르추크를 선정하면서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 폴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토나르추크는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작인 바로 <방랑자들>(2007)이다. 저자는 소설을 가리켜 '국경과 언어, 문화의 장벽을 뛰어 넘는 심오한 소통과 공감의 수단'이라고 말했는데, 저자가 지향하는 이러한 가치가 무엇보다 생생하게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 <방랑자들>은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공통 분모로 100여편의 다양한 글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엮인 하이브리드 텍스트이다.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고,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어서 중심 서사를 완성하는 특유의 내러티브 방식이 가장 절묘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책속으로>
모든 여행자의 시간은 수없이 많은 시간이 하나로 모인 결합체다. 그것은 혼돈의 대양 속에서 정리된 시간, 섬과 군도의 시간이다. 기차역의 시계가 만들어 내는 시간, 가는 곳마다 달라지는, 그때그때 약속된 시간이자 자오선의 시간이기에 그 시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시간이 사라져 버리고, 먼동이 트기가 무섭게 오후와 저녁의 발소리가 계단에서 들려온다. (p.83)
우리는 이 세상에서 그저 개별적인 신경의 박동에 불과하다고, 조금씩 더하거나 빼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순간의 분해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고,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모든 것을 유지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고.(- 공항안에서 느껴지는 생각. p.278)
-한 귀퉁이에 서서 바라보는 것, 그건 세상을 그저 파편으로 본다는 뜻이다. 거기에 다른 세상은 없다. 순간들. 부스러기들, 존재를 드러내자마자 바로 조각나 버리는 일시적이 배열들뿐. 인생? 그런 건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선, 면, 구체, 그리고 시간 속에서 그것들이 변화하는 모습뿐이다. 반면에 시간은 미세한 변화의 측정을 위한 간단한 도구에 불과하다 아주 단순화된 줄자와 마찬가지다. 거기엔 눈금이 딱 세 개뿐이다. 있었다, 있다, 있을 것이다.(p.280)
신의 손길이 우리 삶의 이면에 아로새겨 놓은 운명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알아차리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것들은 딱 한 번 인간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를 취하며 흑백의 상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신은 왼손으로, 그리고 거울 문자로 글귀를 쓴다.(p.295)
멈추는 자는 화석이 될 거야, 정지하는 자는 곤충처럼 박제될거야, 심장은 나무 바늘에 찔리고, 손과 발은 핀으로 뚫려서 문지방과 천장에 고정될 거야.(p.391)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태양이 뜨고 지는 자리로 들어 올려진 잃어버린 인간의 육체가 궁금증을 품는다. 그리고 솔방울샘_멀의 가운데에 위치한 솔방울 모양의 내분비 기관으로 빛에 반응하여 멜라토닌을 만들고 분비한다.- 즉 숨겨진 세 번째 눈이 조심스럽게 태양의 움직임을 등록한다. (p.426)
여행객의 대부분은 뭔가를 바라보면서도 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며, 그들의 시선은 대량으로 찍어 낸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것들만 따라다니며, 심지어 그럴 때도 그저 대상의 표면을 미끄러져 갈 뿐이라고 교수는 말했다. (p.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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