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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친구삼아

토요일

by 비아(非我) 2024. 9. 21.

- 이언 맥큐언 장편소설

- 이민아 옮김

- 문학동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파고드는 폭력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소설 『토요일』. 외과의사 헨리 퍼론의 하루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완벽한 상류층의 삶을 누리던 그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 예기치 못한 폭력과 범죄를 그리고 있다. 21세기의 핵심 담론인 ‘전쟁’과 ‘테러’를 향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폭력에 굴하지 않는 진정한 휴머니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소설의 문장들이 퍼즐처럼 차츰차츰 거대한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2003년 2월 15일 토요일. 신경외과 의사 헨리 퍼론은 런던 고급 주택가의 안락한 저택에서 평범한 주말 일상을 시작한다. 거리에서 벌어지는 반전 시위에 참가하는 대신 아름답고 유능한 변호사 아내와 사랑을 나누고, 동료 의사와 스쿼시 시합을 하고, 저녁에는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하게 끝날 줄 알았던 그의 토요일은 건달들이 집으로 찾아와 아내의 목에 칼을 들이댄 순간 끔찍한 악몽으로 돌변하는데….
소설의 배경인 2003년 2월 15일은 전 세계적으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시위가 벌어진 날이다. 9ㆍ11 테러와 뒤이은 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국제사회가 떠들썩하던 시기에 발표된 이 작품은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 사이사이에 비일상적인 폭력의 이미지를 녹여냈다. 국제정치나 전쟁과 같은 거대 담론 대신, 인간의 내면이라는 작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맞선 투쟁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판사 책소개에서)---------------------------------------

 

누군가의 소개글을 보고 산 책이다.

여행을 하면서 열차 안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소설이니까^^

 

이안 맥큐언은 영화화된 소설 '속죄'의 작가이다.

영화 '속죄'를 너무도 재미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로 본 지라,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은 참이었다.

 

이 소설 '토요일'은 토요일 하루 동안에일어난 일을 아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나와는 정말 아무런 상관도 없어보이는 폭력이

늘 우리 옆에도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 약하고 무지하며하나의 행동이 결과를 빚는 과정에서 자신은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사건또 다른 결과를 낳아결국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결코 자진해서 선택할리 없는 지점에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

 

지금도 지구 한 쪽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많은 난민들로 국제적 문제가 야기된다.나와 전혀 상관없는, 없을 것 같은 이 일들이 주인공의 일상처럼 우리 옆으로 파고 든다면?우린 지구상의 여러 사건들로 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을까?

 

거꾸로 생각해 보면우리 주위에 산재한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폭력들을 조금씩 평화로 바꾸어 나간다면지구 반대편의 우리와 무관한 폭력들도 점차 사라질까?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런던의 신경외과 의사가 느끼는 공포와 무력감으로부터이 곳에 살고 있는 나는 자유로울까?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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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게임을 하면 이런 순간에 성격의 본바탕이 드러난다. 옹졸하고, 무력하고 멍청하고, 실제로도 거의 그렇다. 이 게임은 성격적 결함의 확장판 은유로 변한다. 그가 범하는 오류는 너무도 심오하고 너무나 거슬리게 그다운 것이어서, 서명처럼 또는 흉터 조직처럼 또는 자기만 아는 부위의 어떤 기형처럼, 한눈에 알아본다. 임안의 혀처럼 익숙하며 자명하다.(...)점수를 잃자 그는 음침한 격분의 웅덩이에서 남은 힘을 끄집어낸다. (pp.179-180)

 

진심에서 우러날 때, 모든 속임수는 사라진다.(p.233)

우리의 본능적인 대책은 어쨌거나 면밀히 관찰하여 표정을 읽고 의도를 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친구냐 적이냐? 이는 인류가 태고 이래고 집착해온 물음이다. (p.233)

 

이 시대의 조건이 그렇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듣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강박, 그리고 다수 속에, 불안이라는 공동체에 속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강박. (...) 뉴스가 섬뜩하고 장대한 볼거리들을 공급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강도가 전과 달라졌다.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겠다 싶은 사건이 하나의 제목으로 부각되고, 사람들은 여기에 며칠 동안 묶여 있다. (pp.290-291)

 

물건은 주인과 지난날로부터 격리되는 순간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 (...) 물건은 우리보다 오래 남을 것이고, 결국 우리에게 버림받을 것이다.(p.455)

 

그가 차지한 이 작은 구역이 수많은 다른 도시들처럼, 날아올 폭탄을 기다리는 듯, 방어란 불가능한 모습으로 그의 발밑에 활짝 열려 있다.(p.458)

신문에서 떠든다고 다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이 꼭두새벽, 그는 더 예견하기 어려운 미래, 현실과 식별되지 않는 하나의 모호한 지평선을 바라본다.(p.458)

 

아침에 생각했던 단호한 행동에 대한 희망을 되살릴 수 있을까? 그가 지금 느끼는 것은 공포뿐이다. 그는 약하고 무지하며, 하나의 행동이 결과를 빚는 과정에서 자신은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사건, 또 다른 결과를 낳아, 결국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결코 자진해서 선택할리 없는 지점에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이 무서울 따름이다.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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