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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친구삼아

도둑일기

by 비아(非我) 2025. 9. 14.

- 장 주네 장편소설
- 박형섭 옮김

- 민음사 세계 문학전집 184
- 1949년 작 (2022년 판)
 

 
"  나는 위험한 순간에서부터 감미로운 휴식 시간에 이르는 동안 일어나는 대담한 행위를 폭력이라고 부른다. 그 폭력은 시선에서, 걸음걸이에서, 미소에서 구분된다. 이 대담성은 발로 당신들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당신들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폭력은 당신들을 움직이는 고요다. (p.18) "
 
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충격적이다.
 
"이 책 『도둑일기』는 ‘불가능한 무가치성’을 추구하고 있다.(p.134)" 라고 저자는 소설 속에서 말한다.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가 이 책의 근본 주제이다.(p.245) 라고 밝힌바와 같이 이 책은
장 주네가 유럽 일대를 떠돌며 '부랑자, 거지, 도둑, 남창'등 '밑바닥 생활'을 건전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 더럽고 위험한, 즉 사회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을 낱낱이 폭로한다.
장 주네에서 '도둑은 '습관적으로 당신들에 의해 반대의 의미로 뒤바친 수작어'일 뿐이다.
 
" 내가 쓴 내용을 검토해 보면, 오늘날 비천한 것으로 알려진 감정과 물건, 존재의 복권 의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한 것들을 일반적으로 고귀함을 의미하는 말로 명명하는 것, 그것은 아마도 편리하지만 유치한 수법일지 모른다. 나는 너무 서둘렀다. 나는 가자아 손쉬운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만일 내 마음속에서 그 물건들, 그 감정들(배반할 때의 감정, 도둑질할 때의 감정, 비겁함, 두려움)이 습관적으로 당신들에 의해 반대의 의미로 뒤바뀐 수작어로 불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렇게 하니 않았을 뿐이다. (p.154)"
 
이 책은 우리가 '도덕'이라고 규정지어논 어떤 개념들에 반기를 든다.
기존 '도덕'의 위선을 폭로하고, '정의'라고 규정된 집단 개념이 가지는 폭력성을 고발한다.
 
장 주네는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말한다.
 
"나는 다만 배고픔, 육제의 치욕, 빈곤, 공포, 펀박함만을 경험했던 비참하고 가엾은 녀석이었다. 나는 이와 같은 수많은 모습들, 그야말로 얼굴을 찌푸릴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들에서 영광의 근거를 끌어낸다.
“분명 난 그런 인간이야‘ 그러나 적어도 난 내가 그런 놈이라는 것을 자각은 하고 있다. 그러한 자각은 부끄러움을 물리치게 해 주며, 다른 사람들이 잘 인식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감정이다. 그것이 바로 자존심이다. 나를 경멸하는 당신들의 삶은 비참한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대들은 결코 나와 같은 자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그러한 자각을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를테면 그것은 우리만의 고유한 비참함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가지고 있는 비참함을 , 그리고 그 비참함에 저항하도록 하는 힘을 인식하는 일이다.(p.158)"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은 세계 곳곳에서 집단광기를 일으켰다. 그들이 '그런 인간'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신'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십자군 전쟁' 또한 그들이 '그런 인간'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가장 도덕적이고, 정의로운'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만행들,
혹은 '도덕'과 '사랑'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타인에 대한 폭력과 배신들.
우린 이 편에 서서 평가하고, 판단하고, 구별한다. 우리가 '그런 인간'임을 자각하지 못한채.
 
'도둑질, 도둑질, 강도, 살인' 당연히 심판받고, 감옥에 보내야하는 드러한 폭력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으로 이루어지는 폭력 또한 저 편에서 보면 그 또한 같은 폭력이다.
늘 구분짓고, 구별하고, 우린 도덕 속에 살아가는 양, 혐오하지만.
 
작가가 되고 나서 저쪽 편에서 이쪽 편 질서로 넘어온 장 루네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 때까지 나는 그늘 속에서 엉큼하게 이 질서에 거역해 왔다. 오늘에 와서 나는 감히 이 질서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즉, 감히 그 질서를 구성하는 자들을 모욕함으로써 내가 그것에 손을 대었다는 것을 드러내기에 이른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나는 거기에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질서의 세계에의 틈새를 조금만 더 인내하면서 기회를 포착하면 그 틈새를 더 넓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너무 오랫동안 고새를 숙이고 사는 삶에 익숙해 있었고, 또 이 세계를 지배하는 윤리와 정반대의 윤리를 따르는 삶에 젖어 있어서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지금껏 당신들과 반대 방향에서 해 오던 고생과 노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p.262)“
 
장 주네가 그은 선, '선 바깥에 있는 당신'에 해당하는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래서 불편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도덕' 이나 '규범'이라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소설을 읽는 내내 머럿속에 맴돌면서 허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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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나는 내  언어로 나 자신을 비난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p.162) 
 
-세상과의 절연만이 오직 유일한 기회인 자가 거기에 자신을 묶어 두고 있는 밧줄을 끊어 버리지 못한 채,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 우아함에 대한 관심, 굶주림, 그리고 세속적인 명예욕 등으로 당신들의 세계와 계속해서 인연을 맺고 있었다. (p.233)
 
- 출신과 성벽으로 말미암아 사회질서로부터 배제된 나는 사회의 다양성을 구별할 수 없었다. 나는 나를 거부하는 사회질서들이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에 경탄했다. 나는 그 내부 조직들이 나와 다른 것들로 이루어진 엄격한 사회이자 거대한 구조물이라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 그 무엇도 이상하지 않았다.(p.261)
 
- 그는 자기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도덕에 관한 이야기를 건넸다. 모든 행위를 미적 관점으로만 보고 있던 나로서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덕주의자들은 나의 행동을 악의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들의 선의는 나의 악의와 충돌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어떤 행동들은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 보여 줘도, 나는 단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노래를 통해 그 행동들이 아름다운 것인지 혹은 우아한 것인지 판단할 것이다. 오직 나만이 그것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pp.277-278)
 
나는 이 세계와 대립하고 있다. 이 세계는 나를 구속하고 재단하면서 상처를 주고 날카로운 각을 세운다. 그것은 내가 오려 낸 형태보다 더 날카롭고 더 잔혹하다.(p.310)
 
- 죄인이나 죄를 저지른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자는 분명 자기의 특이성을 사회에 빚지고 있다. 그는 이미 특이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또 그것을 퇴하고 단정한 이상 그렇다. 나는 사회와 대립히기를 원했지만, 그보다 앞서 사회는 내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를테면 도둑이라는 것보다 고독한 정신을 두려워하는 서로 화합할 수 없는 적으로 사회가 단죄를 내린 것이다. 그런데 사회는 그 자신과 싸워야 할 특이성을 내포한다. 즉 사회에게 그 특이성은 웅징을 위한 칼, 회한, 괴로움, 사회가 감히 뿌릴 수 없는 피를 흘리게 하는 상처가 될 것이다.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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