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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친구삼아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by 비아(非我) 2025. 11. 20.

- 나폴리 4부작중 2권 두번째 이야기

 

- 엘레나 페란테 장편소설

- 김지우 번역

- 한길사 출판

 

표지: 교보문고

☞ 도서관에서 빌려 단숨에 읽어버리고는 3권이 궁금하여 바로 빌리러 달려갔다. 반납을 하고 보니, 표지를 찍지 않고 반납을 해서, 교보문고에 실린 표지 사진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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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릴라와 레누, 주인공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청년기를 다루고 있다. 성장하면서 느끼는 내면의 두려움, 사랑에 대한 두려움, 선택과 결정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두려움으로 가득한 청년기를 우정과 연대로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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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지만 특별한 두 여인의 우정, 그리고 삶!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나폴리 4부작」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이탈리아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인 두 여자의 빛나는 우정을 담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은 릴라와 레누, 주인공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청년기를 다루고 있다. 성장하면서 느끼는 내면의 두려움, 사랑에 대한 두려움, 선택과 결정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두려움으로 가득한 청년기를 우정과 연대로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릴라의 불행한 결혼을 암시한 《나의 눈부신 친구》의 마지막 장면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릴라가 천박하고 부유한 남편의 우리 안에 갇혀 아름다우면서 추하고 선하면서도 사악해지는 동안 공부를 계속하면서 자신보다 늘 뛰어났던 릴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레누. 피사의 아르노 강이 지나는 솔페리노 다리에서 레누는 릴라의 흔적이 담긴 공책을 모두 버린다. 릴라가 20여 년간 써온 모든 글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이로써 레누는 자신과 릴라를 비교하지 않고 진정한 '엘레나 그레코', 즉 자신 본연의 목소리와 글을 찾기로 결심한다.

반면 릴라는 레누가 옹졸하고 남성우월적인 동네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부러워한다. 늘 무서울 것이 없어 보였던 릴라는 끊임없이 내면의 두려움과 싸우며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남편인 스테파노에게 흡수되어 자신의 경계를 잃지 않기 위해 도피를 선택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햄 공장에 취직해 또 다른 길을 찾아나서는데….
현재 세계 문단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지만 베일에 싸여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가인 엘레나 페란테. 오직 작품으로만 자신을 말하는 페란테는 1992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 그런 저자가 자신의 우정에서 비롯된 작품임을 밝히고, 나폴리를 배경으로 매우 격렬하게 또 망설임 없이 써내려간 「나폴리 4부작」을 통해 저자의 진실한 삶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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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 믿었다)

그 시대는 그랬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아니다. 그 시절에도 빈곤계층은 특히 여자아이는 아무리 뛰어나고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그저 남자를 잘 만나서 부유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최대의 희망이었을 뿐,

그러나 그마저도, 얼굴이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머리가 뛰어나지도 않고,남자들이 한번 보고 반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도 않은 여자들은

같은 노동계층의 남자를 만나, 폭력적인 환경에서, 빈곤을 견디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 두 친구는 둘다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한 친구는 늘 노력하여 모범생으로 낙인 받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고, (그마저,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되지 않았겠지만)

한 친구는 반항적인 성격탓에 가장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

대신 부유한 상인에게 시집가서 종속적인 삶을 살게 된다.사랑도 없이.

대학생과의 사랑은 그저 짧은 순간의 로맨스로 끝나버릴 뿐이다.

지식인은 결코 노동계츠의 천박함(?)을 이겨내지 못한다.

 

소설의 내용은 196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산업사회에서 고착화된 신분제는 어쩜 현재에 더욱 강화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슬픈일이다.

 

이 소설은 당시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파시스트, 마피아, 브르조아 등의

격변기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지식인들의 한계를 보여준다.

청년기, 한창 꿈을 꾸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절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늘 한계가 있다.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그물에 엉켜 버둥거리고.

자신의 그늘은 늘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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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그 날은 우리 동네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들은 신경질적이고 남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존재들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구부정한 자세로 있거나 아니면 성가시기 짝이 없는 자식들에게 끔찍한 욕설을 퍼부었다, 눈과 볼이 움푹 들어가고 너무 삐쩍 말랐거나 거대한 엉덩이와 부어오른 발목에 가슴이 축 처져 뚱뚱했다.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었고 안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을 치마에 달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그때 당시 이들의 나이는 기껏해야 나보다 열 상에서 스무 살 정도 많은 정도였다. 그런데도 여성스로운 매력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소녀 시절에 옷이며 화장으로 그토록 뽐내고 싶어 했던 여성성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머니들은 남편과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의 육신에 잠식되어 날이 갈수록 외모까지도 그들을 닮아갔다. 그렇지 않더라도 육체적 노동으로 노쇠하거나 병을 얻어 여성성을 잃어갔다. (p.137)

문득 나도 모르게 내가 릴라의 감정을 이해하고 여기에 내 감정을 덧씌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릴라가 그다지도 낙담한 표정이었던 걸까? 작별인사라도 하듯이 다리와 엉덩이를 쓰다듬었던 것일까? 멜리나나 주세피나 아주머니의 육체에 잠식당안 자신의 육체를 느끼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신의 몸을 만졌던 걸까? 육체가 잠식당했다는 사실에 두려워하고 역겨워하면서? 어떻게든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에 옛 친구들을 찾았던걸까? (p. 138)

릴라는 돈 아킬레의 살인자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 주장했다. 마치 살인 현장을 직접 목격하기라고 한 것처럼 우리에게 여살인마의 육체가 증오에 붚타올라 복수와 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조급함에 조각조각 분해되어 형체를 잃어가는 모습을 묘사하던 그녀가 생각났다.(pp.138-139)

 

그다음에 일어난 많은 일들을 돌이켜볼 때 나는 이 생각에 더욱 확신이 생긴다. 검은색 도화지와 릴라가 자신의 신체 일부분에 그린 녹색과 보랏빛 동그라미 모양, 직접 자르거나 내게 자르게 한 피처럼 붉은 선을 사용해서 릴라는 자신의 파멸을 형상화했다. (p.166)

붓으로 페인트칠을 하며 내게 자신은 이 문장 분석 연습에서 방향서 보어를 찾아냈다고 했다. ‘체룰로에서 카라치로의 신분 이동이라는 표현은 체를로가 카라치로 신분 이동을 하다 추락해 카라치라는 이름에 흡수됨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pp.167-168)

 

불평등에는 고약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그것은 내면 깊은 곳에서 작용하며 금전적인 문제를 초월하는 것이다. 식료품점과 구둣공장과 구둣가게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는 우리의 출생 배경을 숨기지는 못한다. (p.170)

 

너 예전에 사라토레 아들이 문제를 못 풀고 쩔쩔매던 거 기억나? 그게 기억나는데도 그 자식 말을 듣고 있는 거야? 그런 인간들에게 인정받지 못할까봐 안달이 나서 그렇게 동네 광대처럼 굴고 있는 거냐고. 우리는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머리를 쥐어뜯도록 내버려두고 너희끼리만 기아니 전쟁이니 노동 계급이니 평화니 하며 앵무새처럼 지껄이고 있는 거냐고.” (p.222)

 

나는 타인의 요구에 복종하는 존재였다. 나는 릴라와 니노를 통해서만 의미를 얻는 드러나지 않는 존재였다. (...) 그 둘을 사랑했기에 정작 나 자신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열망을 느끼고 붙잡지 못하는 것이다. (p.397)

 

넬라 아주머니와 사라토레 가족은 언제나처럼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는 가장 온화한 표정의 가면을 꺼내 썼다. 아버지가 팁을 받을 때 쓴 가면이자 우리 집 조상들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써온 가면이었다. 언제나 겁이 많고 복종적이고 뭐든 기까이 할 것 같은 태도를 유지해온 우리 집 조상들말이다. (p.398)

 

그는 조심스럽지만 정확한 손짓으로 추위의 결을 찟어내지 않고 한 겹 한 겹 능숙하게 벗겨냈다.(p.407)

 

니노가 이성을 되찾았다는 소식에 마음이 놓엿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소설과 예술이라고? 사람이 변하는 것은 정말이지 한순간인가보다. 관심을 보였던 분야도 감정도 쉽게 변하는가보다. 번지르르한 말을 또 다른 번지르르한 말로 대체하면 그만이다. 시간은 겉으로 보기에만 연계성이 있는 단어들의 흐름일 뿐이고 결국에는 말이 많은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것이다.(p.442)

니노는 하루 밤낮을 꼬바 심사숙고했다. 릴라가 그리워 미칠 것 같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릴라의 교육받지 못한 단순함, 지나치게 영리한 무지, 언뜻 들으면 대단한 영감 같지만 실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사응로 자신을 끌어당기는 힘에 대해서 생각하면 그리움이 식어갔다.(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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