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폴리 4부작 중 3권
- 엘레나 페란테 장편소설
- 김지우 옮김
- 한길사 출판
- 2020년판

이번 작품은 중년기에 접어든 두 주인공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상과 더불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진 나폴리를 떠나는 레누와 나폴리에 머무르는 릴라의 삶. 릴라와 레누의 관계는 마치 용수철처럼 서로에게서 멀어졌다가 다시 회복하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이들의 관계에서 애정과 증오, 사랑과 질투, 우정과 연대 등 인간의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레누는 릴라가 머무르는 고향 동네로 돌아오지 않고, 명문가 집안의 아들로 대학교수인 피에트로와 피렌체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작가로서 성공한 레누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학업을 마치고 성공한 레누는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는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한편 릴라는 열악한 햄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들 젠나로를 키운다. 컴퓨터가 없는 상황에서도 정신적으로라도 엔초를 붙잡아놓기 위해서, 릴라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엔초와 매일 저녁 컴퓨터 공부를 한다. 이들의 개인적인 성장과 변화와 함께 역사도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한다. 릴라는 햄 공장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노동투쟁에 나선다.
한편, 가부장적이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 피에트로와의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고 집안일과 육아 때문에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레누.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러한 변화로 레누는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정체성을 끊임없이 사유하며 내적으로 갈등한다. 레누는 시누이 마리아로사와 어울리다 점점 페미니즘에 빠져든다. 이는 육아에 지친 레누의 삶과 지지부진한 글쓰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마리아로사가 주관하는 페미니스트 모임에 참가한 레누는 이들에게 실망하고, 이들처럼 급진적이고 거창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한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페미니스트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출판사 책소개에서)----------------------------
이 소설은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재미있다.
그러나 읽는 내내 불편하다.
여전히 릴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레누가 한 없이 답답하다. 또 하나의 페르소나이기 때문일거라 여기면서도
3편에서는 홀로 설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당시 사회현실 속에서 아무리 고등교육을 받는 여성일지라도 홀로서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3부에서는 성인이된 그리고 어쩌면 중년으로 접어든 여성이 자아정체감을 찾지 못해 끝없이 굴레에 침체되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불편한지도 모르겠다.
격변하는 사회상은 한 나라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삶을 뒤흔들고
그 곳에서 정치에 관심이 있건 없건,어느 편에 서 있건
환경속에서 휩쓸려 소모되어 간다.
ㅇㅓ느 누구의 삶도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지식인의 나약함 허구성, 그리고 초기 페미니즘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러한 흔들림 속에서 역사는 발전해 왔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답답함에 4부가 별로 읽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도 또 다시 4부의 첫장을 열어봄은 아마도 이 소설의 마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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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사람들은 위정자들의 무관심과 부패와 탄압으로 죽어가면서도 선거철이 되면 자신들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정치인들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다.(p.19)
-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슬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중략) 병든 것은 우리 고향 동네가 아니라, 나폴 리가 아니라 지구 전체다. 유일한 우주 또는 무수히 많은 우주가 모두 병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조차 사물의 본질을 숨길 줄 아는 능력이다.(p.22)
- 소설에는 날것 그대로 요동치는 심장이 있었다. (p.60)
- 가벼운 숨결에 흘러나오던 속삭임이 갑작스레 딱딱하게 굳어서 옴싹달싹 못하고 목에 걸린 것 같았다.(p.381)
- “상상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현실은 진짜 얼굴이 아니라 가면처럼 보일 뿐이거든.“(p384)
- 나는 사실 정치나 투쟁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남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남자들보다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수준의 기준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 내 사고 방식과 언어는 지금까지 내가 받은 교육에 의해 형성되었다. (p.397)
나는 자꾸만 내 자신을 릴라와 일치시키려 했다. 릴라에게서 분리 되려고 할 때마다 불구가 되는 것 같았다. 릴라가 없으면 생각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릴라 없이는 내 생각에 확신이 생기지 않았고 어떠한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릴라와 분리된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했다. 해답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pp.397-398)
- 우리는 같은 환경에서 태어났고 둘 다 뛰어난 성과를 거둬 그곳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왜 나 혼자만 절망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걸까. 결혼을 해서? 출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고 가족을 돌보고 아이 엉덩이에 묻은 똥이나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p.347)
- 지나친 규범 때문에 몸이 무거웠고 책이나 잡지에서 읽은 어휘에서 고뇌가 뚝뚝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알파벳의 조합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p.408)
- 이제 나는 다시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오직 나를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릴라에게서 벗어나 성숙한 인격체로 말이다.(p.495)
- 나는 성숙이란 결국 삶의 굴곡을 호들갑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적인 삶과 이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변화를 기다리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p.506)
- 당연히 좋았다.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몸이 달걀 껍데기 같아서 팔이나 이마나 배를 살짝 누르기만 해도 깨져버릴 것만 같았다. (p.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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