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업다이크 장편소설
-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출판
- 2025판(1980년 작)
- 토끼 시리즈 3권
- 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731페이지에 달하는 '토끼 시리즈 3'에 해당하는 <토끼는 부자다>는 여느 소설처럼 쉽게 읽히지 않는다.
너무도 자세한 세부묘사 탓이다.
다소 지루하기도 하고 공감도 안되서 속독으로 읽어 버릴까하다가도정독하지 않으면, 그가 긴 문장 사이에 아주 짧게 숨겨도 보석 같은 문장들을 놓치게 된다.
하여, 할 수 없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한 문장 한문장을 읽을 수 밖에 없으니,
(19금의 장면들은 이제는 식상하고, 다소 지루하여 건성건성 건너뛰면서 읽더라도^^::)여느 소설처럼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래빗의 중년기를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2권이 세계 대전후의 세계 재편에 따른 미국의 움직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 그리고 달착륙 등의 시대적 배경을 다루고 있는 반면,
이 3권에서는 이슬람세계의 인질사건, 러시아 등 세계와의 관계속에서
산업화되고 자본주의화된 물질 만능의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오일쇼크와 공황.
(미국에서 한국전쟁을 희화화한 코믹드라마가 방영되었다는 부분을 읽고 놀라웠다. 전쟁을 코매디로 만드는 사회라니!)
물질이 인간의 삶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게 될 때, 인간들은 점점 신을 잃어버린다.
그 존재는 너무도 미약하여, 오히려 믿는 이들이 어리석어 보이기 까지 한다.
래빗을 비롯한 중산계층의 삶은 풍요로워지고, 그가 어릴때 살던 뒷골목의 삶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도시의 모습도 변하고, 곳곳에 아파트라는 것도 들어선다. 부자가된 래빗은 골프를 치고, 다양한 식단의 식사를 즐기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수영장이 있는 친구의 집에서 파티를 한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보고, 해외로 여행을 간다. 그리고 자신의 집도 갖게 된다.전쟁이후의 태어난 자식들은 물질적 어려움을 모르고, 대학을 다닌다.지극히 통속적이인 197.80년대의 미국사회의 모습이
현대 우리 사회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교양도 필요없고, 지식도 필요없는 사회
정신의 풍요로움은 텔레비젼이 대신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메마른 삶의 활력을 금값이 오르는 데서 찾아간다.
(지금은 주식, 땅값이 오르는 데서)
"오, 하느님이 계신다면 저도 로또 한 번 맞게 해주세요~"
"지극히 통속적인 줄거리가 아름다운 음악과 노래에 실리면 빛나는 오페라가 되듯이 평범한 사람들의 속된 삶이 업다이크의 시같은 산문에 실리는 순간 그의 소설은 시로 쓴 통속극으로 바뀐다. 독자들은 자신의 무미건조하고 때로는 지긋지긋한 삶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할 뿐 아니라, 통속과 등을 맞대고 있는 어떤 거룩한 세계로 진입하는 문이 잠깐 열린 듯한 느낌 또는 환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업다이크 자신도 얄밉도록 정확하게, 자신의 문체가 '속된 것에 그것이 마땅히 누려야할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이렇게 옮긴이가 지적했듯이,
그래서 이 책을 놓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된다.
래빗의 삶을 계속 읽어갈 수록, 짜쯩만 더해지고,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혹은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숨겨진 욕망의 민낯 탓일 수도.
(소설속에서 한국인의 생김새를 이렇게 래빗은 묘사한다. '쟁반처럼 납작한 얼굴을 한 한국인' ㅎ ㅎ
1970년대에 벌써 한국인들은 수학을 잘한다는 인식이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있었던 모양이다.)
- 아무튼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나라. 그 속에서 동양인의 존재가 서서히 부각되어 감을 느낄 수 있는 70년대 이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시작을 했으니, 래빗이 어떤 모습으로 말년의 삶을 살다 죽을지 궁금하니
4권도 읽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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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도망칠 길은 없다. 우리의 죄, 우리의 씨앗이 꿈틀꿈틀 똬리를 틀며 돌아온다.(P.56)
하지만 그가 찾아낸 것은 빨래 건조기에서 너무 빨리 굴러나온 수건과 똑같은 질감과 형태로 잔뜩 구겨진 근심뿐이다.(p.78)
자유는 항상 밖을 향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면에서 점점 시들어가는 거였다.(p.156)
장인이 죽고 그곳의 주인이 된 해리는 자연이 인도의 판석들 틈을 뚫고 풀이 자라게 하거나 종부들을 궁벽한 시골에 묶어두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황홀한 음료수라는 것,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이 이 불순한 시대에 돈으로 사서 남들 손에 닿지 않게 순수한 상태로 지킬 수 있는 사치품이라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p.220)
마음은 어떤 의미에서 물위를 걷는 사람과 같다. 발이 닿아 있지만 깨지지 않은 수면이 보조개처럼 살짝 들어간 모습.(p.365)
교회에서 예배를 끝내고 나온 사람들이 으레 짓는 미소가 딱 하루를 살려고 태어난 나비처럼 그들 주위에서 파닥거린다.(p.386)
낮잠을 자다가 처음 깨어났을 때는 누군가가 젖은 천을 공처럼 충쳐서 그의 얼굴을 후려친 것 같은 기분이더니, 잠의 효과가 점점 뼛속으로 스며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어둠이 그를 빤히 노려보던 낮의 심연을 지워버렸다. 창문들은 마치 검은 사진 감광판을 액자에 끼워놓은 것처럼 보인다. (p.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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