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 두 달 식물 이야기
- 신혜우 지음
- ㈜한겨레앤 출판
- 2025년판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일깨우는 다정한 기록
저자는 과거에도 1년간 메릴랜드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타지에서의 너무도 외롭고 괴로운 생활에 관한 것뿐이었다.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4년 만에 다시 도착한 메릴랜드에서 저자는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숲을 마주하게 됐다. 그때부터 복잡한 마음이 들 때마다 무작정 숲속을 걸었다. 이 책은 그 숲에서 만난 식물들과의 소통의 기록이다. 학자의 눈에 비친 숲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그 울림이 남다르다.
이 책을 추천한 김금희 작가의 말처럼, 그는 “나무가 불필요한 잎과 꽃을 버리기로 결심했을 때 개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학적 과정들을 아는 이이며, 눈이 소복이 내리면 식물들은 안온한 보호 속에 내일을 위한 발돋움을 준비한다는 현상 이면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조화, 연결, 순환이라는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일깨우는 다정한 기록이자, 상냥한 안내자”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새책 코너에서 이 책을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빌려왔는데,
글쎄, '큰 글씨 책' 이었다. 이런, 그 아름다운 식물그림이 없는거다.
이런, 할 수 없이, 본문은 빌려온 책으로 읽고,
그림은 다시 본 책으로 보았다. ㅜ ㅜ
내용은 <식물학자의 노트> 보다는 못하지만
진솔한 식물연구와 삶에 닮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비슷하다.
다만, 그 식물이 메릴랜드 숲 속이야기라 우리 식물이야기 처럼 마음에 닿지 않을 뿐.
두 권 중에 무엇을 사서 볼까 하고 망설인다면
당연히 <식물학자의 노트>를 권한다.
그 책을 읽고 , 나처럼 신혜우 라는 학자가 좋아진다면
이 책도 볼만하다.
특히 식물에 관한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 사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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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어둠으로부터>
숲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검은 잔해들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했다. 자연에서 맞고 틀린 건 없는 것 같았다. 죽은 식물을 보면 슬프고,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 내 몽에 나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인간인 내 입장에서의 감정과 판단일 뿐이다. 그래서 슬프고 나쁜 것도 없는 것 같았다. 바닥을 이루는 검은 구성원들은 6워의 햇빛에 초록 잎을 반짝이는 살아 있는 식물들과 연결되어 있다. 별개의 것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게 말이다. (p.96)
숲속에는 맞거나 틀린 것, 좋고 나쁜 것, 기쁘고 슬픈 것이 없을 거라고 나는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생물의 생존방식을 경쟁이라는 단어로 요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경쟁이나 공생도 자연을 설명하기엔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조화, 연결, 순환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자연의 모든 건 조화롭게 연결되어 순환한다. 어떤 것이 더해지면 그것은 다른 것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 연결고리가 각 개체이며 그 개체들이 사는 방법은 개체 나름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자신에도, 다른 개체들에도,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p.97)
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지구에서 하나의 연결고리이고 나의 말과 행동, 남겨놓게 되는 모든 것이 나와 내 주변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할 사람도, 내 주변을 행복하게 할 사람도 나다.(p.98)
나무는 살아 있기에 성장한고, 성장할수록 상처가 벌어진다. 우리 몸에 남는 상처와 다르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가 아니너도 우리는 마음에 남은 상처를 기억한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 있는 한 상처를 계속 안고 살아간다.(p.129. 한여름 나무의 성장과 상처를 보며)
소망이 과하면 열망이 되고 그래ㅓ 알지도 모하는 낯선 사람에게 빠져버린다. 열망이 과해지면 열병을 앓게 된다. 그때는 이미 소망이 아니라 욕심으로 이루어진 착각이나 미앙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꿈을 완성하는 첫걸음일 수 있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순간의 첫 만남으로는 분명 할 수 없다.(p.144. 왜 첫눈에 사랑에 빠질까)
사랑하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모두 다정하고 사랑스럽다.(p.150. 작은 우리가 큰 나무를 만나는 방법)
식물을 키울 땐 우리가 식물의 법칙을 알고 맞춰야 한다. 식물의 성장, 식물의 노동이 멈추지 않는다면 농사를 짓는 인간의 노동도 끝날 수 없다. 자연의 순환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우리가 그 정교한 순환에 뛰어들고 보면 간단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p.157. 식물이 씨앗을 심는 계절)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자연의 순리이고 이미 정해진 일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흐름 속을 열심히 헤엄치는 듯하지만 사실 함께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p.167. 자연스럽게 유유히)
어떤 꽃들은 대개 꽃이 생겨도 꽃잎을 꾹 다물고 꽃을 피우지 않는다. 어떨 땐 꽃잎조차 만들지 않는다. 아런 꽃들을 폐쇄화라고 한다. 폐쇄화는 곧바로 열매가 되고 씨앗을 맺는다. 폐쇄화는 자신이 꽃가루를 자신의 암술에 옮겨 자가수정을 하는 것이다. 폐쇄화를 만드는 식물은 정상적인 꽃도 함께 만든다. 대표적으로 땅콩과 제비꽃이 있는데 이들도 꽃잎을 꾹 닫은 폐쇄화와 활짝 꽃잎을 펼쳐 동물을 기다리는 정상적인 꽃, 두 종류의 꽃을 모두 가진다.(p.175. 피지 않는 꽃도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는다.)
제왕나비는 독특하게도 철새처럼 이동한다. 그것도 믿기지 않을 만큼 철새처럼 멀리 말이다. 매년 가을에 수백만 마리가 4000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데 이곳 메릴랜드를 포함한 북미동부에서 멕시코 중부의 월동지까지 간다. 더 놀라운 건 철새처럼 한 개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이동한다. 한 세대가 부분적으로 이동하고, 다음 세대가 이어서 또 한 부분을 이동하는 식이다. (중략) 50~90킬로미터퍼파워로 이동하는 기러기에 비하면 나비가 9킬로미터퍼아워 밖에 안되는 속도로 팔랑팔랑 날아 그 먼 거리를 간다는 것, 그것도 여러 세대에 걸쳐 비행한다는 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의 왕나비도 대만까지 이동한다는 거 알게 되어 또 놀라웠다.(p.182. 작은 덤블도 누군가에겐 숲이다.)
<이제는 끝내야 할 때>
헤어져야 함을 잘 알면서도 그것을 붙잡고 있는 건 나의 욕심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이 가진 무언가를 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존중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상대방을 탓하기 쉽지만 사실 그가 나를 사랑할 이유는 없다. 사랑했지만 이제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고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가 무심하다고 느껴 상처받고 있을 때 그는 내게 상처를 주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런 만남이라면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헤어져야 한다. 건강한 만남도 소중하지만 건강한 헤어짐도 소중하다.(P.208)
서로가 공존할 필요가 없고, 서로에게 영양분도 주지 못하며, 서로 성장할 수 없다면 오히려 만남은 소모적일 수 있다.(P.208)
나는 그들을 평생 다시 만날 수 없어서, 또는 헤어져야 함에도 사랑받고 싶은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해서 여전히 많이 아프다. 만약 최선을 다했고, 아낌없이 주었고, 끝에 완전하고 깨끗하게 사라질 수 있었다면 이 헤어짐이 덜 아팠을지도 모르겠다.(P.209)
☞ 여기서 페이지는 '큰 글자책' 페이지 표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