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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친구삼아

그래도 우리의 나날

by 비아(非我) 2021. 8. 18.

-시바타 쇼 장편소설

-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판

- 원제 : されどわれらが日々ー (1964년)

 

 

<책소개>

 

"있지, 우린 잘못된 게 아닐까?

 

처음부터."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후미오. 여느 때처럼 헌책방에 들른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H전집'을 사고 만다. 전집의 속표지에는 표주박 모양의 장서인이 찍혀 있었고, 이를 우연히 보게 된 약혼녀 세쓰코의 부탁으로 후미오는 책의 전 주인의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데…


작가 시바타 쇼가 서른 살에 자신의 대학시절을 담아 쓴 장편소설로, 1964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1955년, 혼란의 시대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생의 의미를 좇은 ‘청춘들의 삶’과 ‘그 이후의 삶’을 그렸다. 출간 당시 일본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일본 현대소설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형철 평론가가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라고 다시 없을 추천사를 남겼다.

- 소설 MD 권벼리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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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많았고, 아픔과 고민도 많았던 나의 젊은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치열하게 사고했고 그래서 가장 현명했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단 하나의 희망만이 있어도 그것을 붙잡고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시절.

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졌을 때,

자신이 이제까지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진리가 외면당했을 때, 나도 이렇게 고백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그저 모두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이야, 나만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p.168-169/노세가 세스코에게 한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젊음이다.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해도 그 공허함 속에서 다시 붙잡고 일어설 수 있기에.

 

197쪽 밖에 되지 않는 이 소설은 한번 잡으면 내려 놀 수 없는 몰입감을 주는것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이들의 세밀한 내부심리 묘사 때문이다.

그 때, 그 시대를 살아가던 일본 젊은 이들의 삶이

오랜 세월이 지난 우리에게도 공감을 주는 것은, 아마도 젊은 시절의 고민과 아픔에 같은 울림을 갖기 때문일거다.

 

"죽는 순간에 우린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이런 물음을 젊었을 때 부터 짊어지고 살아가 필요는 없다.

삶이란 꼭 무언가를 남기거나, 무언가를 움켜쥐거나,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기에.

다만 시대를 이겨내고, 그 시대를 이겨 충실히 살면 된다.

그러나

그 '충실히'라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이 소설 전체는 어무도 우울하고, 공허하고 , 침울하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우린 쉬 책을 덮지 못한다.

그리고 참 끝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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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행복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사람은 그 중에서 자기 몸에 맞는 행복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 잘못된 행복을 잡으면 그건 손바닥 안에서 금세 불행으로 바뀌어버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행이 몇 종류인가 있을 거야, 분명, 그리고 사람은 거시러 자기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는 거지, 정말로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면, 그건 너무 잘 맞아서 쉬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행복과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거야,"(p.25)

 

- " (...) 아니, 자아가 무너졌다고 하는 표현은 너무 우아하네, 역사의 법칙성이라든가 사고의 계급성이라든가 하는 언뜻 진실 같은 조잡한 이론보다는, 그런 이름을 이해와 이성으로 판단하기를 포기한 우리에게 자아라는 것이 있기나 했을까. 그 때, 우리에게 들이밀어진 것은 자아가 부재한다는 것. 우리는 공허함 그 자체라는 것이었어, 충격을 받을 해도 충격을 받을 자아가 소멸해버린거야." (p.166)

 

" (...)아무리 인간이 과거를 완전히 털어낼 수 없다 해도, 앞으로의 삶을 과거의 규제에 따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부정 위에 새롭게 만들려고 시도하는 건 어째서 안 되는 걸까, 아니, 사람은 자신을 그렇게 ㅂㄴ화시킬 수 있다고 믿음을써 내일이라는 날에, 무엇을 초해할지 알 수 없는 내일이란 날에, 희망과 살아갈 용기를 개대할 수 있는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실수와 함정으로 가득한 삶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겠어."(p.178)

 

- 머잖아 우리가 정말로 늙었을 때, 젊은 사람들이 물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젊은 시절은 어땠냐고, 그때 우리는 대답할 것이다. 우리 때에도 똑같은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어려움이기는 하겠지만,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ㄱ리고 우리는 그 어려움에 익숙해지며 이렇게 늙어왔다. 하지만 우리 중에도 시개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로 용감하게 진출하고자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젊은이 중 누구든 옛날엗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지금 우리도 그런 용기를 갖자고 생각한다면 거기까지 늙어간 우리의 삶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p.196)

 

-우리는 날마다 모든 것과 이별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시야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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