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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친구삼아

검은 책

by 비아(非我) 2022. 5. 23.

- 오르한 파묵 저

- 이난아 옮김

- 민음사 출판

- 2014년판

 

 

<책소개>

시간과 문명이 충돌하는 20세기 이스탄불,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와 그녀를 좇는 남자의 미스터리
“인간이 자신으로 사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파묵적인 답변
노벨 문학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스스로 “내 영혼의 혼합체”라고 한 『검은 책(Kara Kitap)』(전2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7번, 398번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2006년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오르한 파묵을 선정하면서 “파묵은 고향 이스탄불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 가는 과정에서 문화의 충돌과 교차에 관한 새로운 상징을 발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는데, 이런 평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바로 『검은 책』이다.
사라진 아내의 행방을 좇는 남자의 이야기와 그녀가 사랑하는 다른 남자의 칼럼이 한 장씩 교차하는 『검은 책』은 자아 정체성이라는 파묵의 주제 의식을 실험적 형식으로 풀어내어 큰 파장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또한 현대를 사는 세 남녀의 이야기에 이슬람 고전을 접목하고, 동서양이 만나는 도시 이스탄불에 얽힌 신화, 전설, 이야기뿐 아니라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 터키의 대중문화와 언더그라운드 문화, 서양 문학을 서로 맞물려 얽히게 해 독자에게 독특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교보문고 책소개에서)---------------------------------------------------------
 
 

<내 이름은 빨강> 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파묵의 소설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주제에 대한 고민이 소설 전반에 흐른다.

주인공 칼립은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이 제랄과 같은 인물이 되면  자신을 사랑해 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평생 제랄을 질투와 존경으로 바라보며, 제랄이 되고자 하고, 결국 그가 실종되자, 그가 되어 대신 칼럼을 작성한다.

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음을 보여준다. 

쓸쓸하고 슬픈이야기이다. 이스탄불의 역사만큼.

터키는 우리의 역사와 많이 닮아서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파묵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이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며, 

이슬람으로, 기독교로, 서양으로...귾임없이 침탈과 어려움을 겪은 터키의 역사와 민족에 대해서도 

같이 문제를 제기한다.

 

자신이 되지 못한 모든 종족, 다른 문명을 모방한 모든 문명,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행복해하는 모든 민족은 몰락하고, 사라지고, 잊힐 운명이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맞서 오로지, 오로지 자기 이야기의 소리를 높여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던 때에, 십육 년 동안 사적이며 정신적인 실험으로 경험한 투쟁이, 실은 역사적인 생사가 걸린 투쟁’. 오로지 수천 년 만에 한 번 관찰되는 탈피할 것이냐 탈피하지 않을 것이냐에 관한 전쟁의 마지막 국면‘, ’수백 년 후에, 역사가들이 전환점으로 정당하게 평가할 발전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답보(상태)‘임을 알았다. (검은책2. p.274. 16.왕자이야기)"

 

소설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이야기 한장, 제랄의 칼럼 한장. 이렇게 교차 구성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내용은 사건 중심이 아니라서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작가가 주장하듯이 '제발 천천히 읽어주세요~~" 그래야 한다. )

그러다 보면  내용이 맛있어지고, 천천히 색과 냄새에 빠져들게 된다.

 

아묵은 대단히 노력한 작가라고 한다.

 

"소설가란 개미와 같은 끈기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 가는 사람이며, 마법적이고 몽상적인 상상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인내심으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사람이다.” (파묵의 말 중에서, p.316. 옮긴이의 말 이슬람 고전문학의 현대적 접목, 그 아찔한 향연중에서 )" 

 

라는 작가의 말처럼.

 

검은책 1,2를 다 읽고 나면 작가가 마지막에 쓴 글처럼, 이렇게 이야기를 되새기게 된다.

 

"이 검고, 새까만 어두운 페이지들, 때로는 이야기들 중 하나가, 눈 오는 겨울밤 제랄에게서 처음 들었던 사형집행인 이야기, 혹은 뤼야와 갈립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하나의 검은 책에 나란히 넣고 싶었던 이 이야기들도 나에게 마치 서로에게 열리는 우리들의 사랑이야기와 기억들처럼 또 다른 세 번째, 네 번째 이야기를, 이스탄불거리에서 사라졌을 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연인의 이야기와, 얼굴에 있는 사라진 의미 그리고 비밀을 찾는 남자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인생만큼 경이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그렇다, 물론, 유일한 위안거리인 글쓰기를 제외하고는.(검은책2. p.314. 17.하지만 글을 쓴 사람은 나다)"

 
그런데 나는 다 일고 나서 이런 물음이 떠 오른다.

 

"도대체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무엇이지?..."
 
정말 결코 될 수 없는 것일까?...정말 우린 '신비'를 잃어버려서 인것일까?...등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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